이번 달에는 아쉬탕가 요가가 딱 한 타임 있었고
그마저도 매주 가는 수업이랑 시간이 겹쳐서 한 번도 못할 줄 알았는데
지난 주 수업이 취소되는 바람에 3주 만에 아쉬탕가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가는 금요일 밤 수업이었다. 그것도 제일 마지막 타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한산했고,
사람이 적으니 요가실도 매우 고요해서
거리의 밤불빛들이 평소보다 소란하고 화려하게 창을 뚫고 들어와
적막이 남겨진 빈 공간들 사이로 흘러다니며 요가실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금요일 밤이라는,
다른 밤보다는 조금 특별한 권위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 밤에 요가를 선택한 다섯 명의 사람들이
조용하게 그러나 그 안에서는 각자의 몸과 만나느라 뜨거워진 열기를 호흡에 실어내며
한 시간동안 하는 요가에는 어쩐지 좀 황홀한 구석이 있었다.
평소에도 요가할 때는 늘 내 몸과 마음만을 살피고 느끼느라
종종 내 옆에서 요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할 때가 많지만
이날에는 몰입의 정도가 그보다도 더 커서
끝나고 가만히 매트 위에 누워 사바사나를 하는 동안에는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아주 잠깐 다른 곳에 갔다가 막 돌아온 듯한 기분이 되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창틀에 걸려 끄트머리만 살짝 보이는 달을 한참 바라봤다.
금요일 밤 요가, 너무 좋구나.
나오는 길에 매니저님께 슬쩍 물어보니 금요일 저녁 요가들은 늘 이렇게 한산하다고.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언젠가 끝이 나고나면 무척 허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는데
그 대신 금요일 밤 마지막 시간에 요가를 할 수 있겠구나 그나마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생각이 앞으로 되감기며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끝나는 날이 떠올라 미리부터 서운해졌다.
그래도 아직 1년은 더 이어질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끝내주는 소설을 아껴가며 읽다가 아직 뒤에 읽을 분량이 몇 권 더 남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안심하는 것처럼
그 남은 1년에 감사했고, 매주 들을 수 있다는 지금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갑자기 나의 축구팀, 나의 일, 나와 함께하는 이들, 내가 존경하는 이들
내가 요 1,2년 사이에 얻은 것들, 잃어서 다행인 것들이 함께 떠오르며
내가 작년부터 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어떤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도 느릿느릿 제대로 짚어가며 듬뿍 느끼고 즐기고 감각하며 보내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 밤의 요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