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나가 유우토는 편모가정의 외동아들이다. 좀 더 확실히 하자면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딴 살림을 차렸달까. 그래도 부유한 남자라 제때 제때 양육비는 보내주는 듯 하지만…. 버림받은 아내는 아들을 너무 엄하게 키운다. 한마디로 과잉보호. 유우토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틈만 나면 여자친구를 갈아치우고, 늘 어머니에게 "너도 아빠랑 똑같아!"라는 소리를 듣고만다.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유우토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좋아해"라고 달콤하게 속삭여도 언젠간 "안녕"하고 자신을 떠나갈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유우토에게도 그나마 늘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바로 주인공 칸바라 미노루다. 칸바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호모다. 노말인 유우토를 보고 첫눈에 반한 비운의 주인공……. 고집세고 소심하고 게다가 순진해서 역앞에서 나눠주는 일회용 티슈를 마지못해 일일이 받아주는 타입의 칸바라는 유우토의 방탕한 생활을 지켜보다가 어느 날 방과후 그에게 고백한다. 사랑, 그리고 사람을 믿지 않는 유우토와 한결같은 마음의 칸바라, 그 둘의 관계를 다룬 만화가 바로 '벚꽃에 질리거든'이다.
성관계는 나오지 않고 오로지 주인공의 감정을 다룬 진지한 만화다. 보고 있으면 끝내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만화. 나는 그런 만화를 좋아한다. 사람의 심리란 건 때론 답답하지만 그게 하나하나 풀리면서 끝을 맺는 게… 뭐랄까, 가슴이 확 트인달까.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끝을 맺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둘은 아직 진행형이니까. 그리고 그 둘의 관계도 계속 진행형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