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최초의 냉동수면 실험에 참가한 일곱 명이 천 년 후 깨어났을 때, 한 명이 죽었다. 이들이 잠들어 있던 셸터는 외부인이 전혀 들어올 수 없는 완전한 밀실이다. 일곱 명 중 과연 누가 범인일까.
'천 년'이라는 시간은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는 시간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시간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추리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소설의 주요 설정인 천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가 된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눈앞의 인물만을 의심하면 되는지, 천 년이라는 시간을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추리의 방식이 후더닛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건의 동기는 때때로 내 기준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와이더닛) 소설 속 트릭은 내가 전혀 모르는 지식을 동원할 때도 있다(하우더닛). 하지만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의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커다란 재미를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사건의 동기에는 그다지 설득되지 못했다. 작가가 진화생물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그나마 이해되는 면도 있었지만 결국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시 후더닛이었다.
다만 이 작품의 재미가 단순히 범인을 맞히는 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처음에는 단순한 배경처럼 보였던 ‘천 년’이라는 설정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냉동수면과 시간의 간극이 사건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조건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끝까지 쉽게 범인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결말까지 읽고 나면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밀실을 만들기 위한 장치처럼 보였던 ‘천 년’이라는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SF와 본격 미스터리가 결합된 설정이 낯설지 않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중 누가 범인인가’를 끝까지 의심하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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