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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a's book
  • 연애 시대의 종말
  • 비비언 고닉
  • 16,200원 (10%900)
  • 2026-07-09
  • : 19,010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오면서도 '사랑'은 여전히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일련의 행위가 낯설다.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다. 경험의 부재 때문일까.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다. 그런 탓에 사랑과 관련한 책은 늘 내 선택지의 바깥에 있다. 이 책 역시 저자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오랫동안 개인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결혼에 도달하는 과정은 단순한 관계의 성립을 넘어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비비언 고닉의 <연애 시대의 종말>은 이 오래된 서사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다. 사랑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사랑과 결혼이 한 사람의 행복과 삶의 성취를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의심한다.


고닉은 20세기 문학과 작가들의 삶을 읽으며 사랑과 결혼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살핀다. 책에 실린 글들은 서로 다른 작가와 인물을 다루지만, 읽다 보면 비슷한 질문이 반복해서 남는다. 사랑은 한 사람의 삶에서 어디까지 중요할 수 있는가. 과거 소설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감정만을 뜻하지 않았다. 결혼은 신성한 제도로 여겨졌고,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식이 제한되어 있던 시대에는 사랑의 선택 자체가 사회적 질서와의 충돌을 의미했다.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결혼하는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지금도 사랑에 과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 이전보다 넓은 사회적 선택지가 주어진 시대에 사랑은 더 이상 유일한 해방의 통로가 아니다. 사랑의 선택이 여전히 중요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자아와 삶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사랑은 삶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삶의 나머지 부분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결국 이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여전히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만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 관계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게 사랑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로 다가온다. 사랑이 자아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명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은 삶의 결말이 아니라 삶을 이루는 여러 경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랑이 잘되었다고 해서 삶의 다른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마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고닉이 보여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사랑을 따라가며 '사랑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사랑을 잘 모르고 영원이 완전한 사랑의 정의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랑은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해 주기 때문에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겪어 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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