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편안함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것이 편안한 시대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손안에 든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시장이나 마트로 나가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르고 양손에 가득 들고 오던 모습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진다.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인 저자는 인류가 잃어버린 '불편함'이라는 감각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한다. 불편함을 체험하기 위해 직접 알래스카 오지 사냥을 가기도 하고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불편함이 필요한 이유를 찾아본다. 또한 불안, 우울증, 비만, 번아웃 등과 같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과 편안함의 관계 또한 설명한다.
이 책은 목차부터 눈길을 끈다. 죽지 않을 만큼 아주 힘들어야 하고 따분함과 배고품을 즐기고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짐을 나르라는 제목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더 긴 수명과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삶을 더 건강하지 못하고 더 불행하며 더 왜소하게 만들는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물론 과거와 같은 불편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정중하게 거절하겠다. 우리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본능을 거스르고 싶지는 않지만 불편함의 가치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편안함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편안함이 행복으로 이어지는지 디지털 기기에 갇혀 있는 삶이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 익숙함에서 한발 떨어져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당장 어제 겪은 일만 떠올려도 그동안 얼마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장마가 막 시작한 날이라 덥고 습한 기운이 불쾌하게 느껴지던 차에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가 수리 중이었다. 9호선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려면 꽤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고 빗물에 신발까지 미끄러운 터라 순간의 불편함에 짜증이 멈추지 않았다. 건강을 생각하면 그깟 계단쯤이야 가뿐히 올라가면 그만일 텐데 편안함에 익숙해진 몸은 잠깐의 불편함조차 감내하길 거부한다.
저자는 스마트폰, 자동차, 냉난방기 등이 우리를 편안함의 늪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편안함 때문에 건강과 삶의 활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되었으며 비만 유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해 사고방식을 재구성하여 야생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고픔은 결핍 상태가 아니라 몸이 더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생존 메커니즘임을 이해하고 외롭다는 느낌을 풍요로운 고독의 느낌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에 빼앗긴 주의력을 되찾기 위해 따분함을 즐기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20분 정도 짧은 야외 산책만으로도 생산성과 창의성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얼마 전 기억이 떠올랐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자율신경계 불균형 상태에 있는 내게 의사가 내린 처방도 산책이었다. 별다른 약 처방 없이 낮 시간에 30분만 야외에서 걸어 다니기만 해도 자율신경계가 좋아질 거라 말했다.
이 책은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불편함이 가진 효율을 설명한다. 잊고 있었던 우리 몸의 감각을 깨우고 자극함으로써 무감각해진 사고를 자극하여 삶의 활력을 찾으라 말한다. 편리함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으로 회귀할 시간이다. 편안함에 갇힌 많은 현대인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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