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를 발견하여 인체 적용 실험에 성공한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는 '크로노스타신'이라는 불로불사의 신약을 개발하였다. 식약처 공무원인 효원은 제약사들의 비윤리를 고발하는 블루워터 리서치의 대표 이청수와 함께 불멸의 약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간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204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불멸"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며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게 되는 일이라 여겼기에 불멸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무섭게 느껴졌다.
기적의 신약이라 불리는 크노로스타신은 인류 최후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의심을 가지고 읽다 보면 과거 맞춤형 줄기세포 원천기술 보유 여부로 논란이 사건과 혈액 몇 방울로 25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테라노스의 키트가 연상된다.
작가는 의료 제약 기술의 발달에 그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룬다. SF 소설이라 하지만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소 관심 있는 주제였고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있었기에 더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었다.
공중보건을 꿈꾸던 직업 공무원에서 언더커버로 잠입한 효원의 각성과 인간 생명을 우습게 아는 제약 회사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청수의 신념이 만나 펼쳐지는 무모한 액션 활극이 시선을 잡아끈다. 인간이 가진 각자의 욕망을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매끄럽게 그려낸 소설은 평소 SF 장르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깨트린다.
죽음이라는 삶의 한 과정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을지라도 죽지 않는 세상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억지로 붙여 놓은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장르물의 재미와 사회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담은 심너울표 SF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어떤 결정과 어떤 선택은 영원한 마음의 짐이 될 것이다. 어떤 혼란스러움은 삶에 내재한 속성이라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조금씩 긍정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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