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소증인 미모는 열두 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한 석수장에게 맡겨졌다. 그는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미모는 굶주림을 견뎌야 했지만 평생의 운명을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했고 자유를 꿈꿨지만 당시 시대는 여성에게 책 한 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미모와 여자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비올라는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나간다.
소설은 운명처럼 만난 두 영혼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숨겨진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비밀을 보여준다. 온전한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신체적 한계와 사회적 제약에 묶여 있는 두 영혼이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슬픈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위대한 조각가를 꿈꾸던 미모는 석수장의 폭력과 학대를 견뎌야 했고 자신의 작품마저 빼앗긴다. 결국 서커스단의 일원이 되며 조각가의 삶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으나 혹독하고 모진 세월을 지나 마침내 조각가로서의 삶을 펼쳐 나가게 된다.
비올라의 삶 또한 평범치 않다. 자유를 찾아 하늘을 날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지방에서 몸을 날렸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이후 결혼 생활 또한 계속되는 남편의 외도와 무시로 인해 파국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한계를 뛰어넘어 운명을 개척하며 성장하는 두 인간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600여 페이지에 담긴 아름다운 문장은 내가 소설이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켜 준다.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는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지며 나를 피에타 석상 앞으로 데려간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작가의 이력 덕분에 읽는 동안 인간에 대한 존중, 사랑, 우정, 존경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수도원 지하에 감금된 피에타 석상의 비밀을 알게 되면 이들의 고귀한 사랑에 감동하게 된다. 내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아직 그 소중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보여준 거룩하면서도 신비로운 사랑을 언젠가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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