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접하지 않고 하루를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티비를 직접 보지 않아도, 인터넷의 짧은 동영상 한편을 보더라도 광고가 나오고, 키가 큰 빌딩 위에도 광고가 나오는 곳이 많다. 요즘은 광고의 홍수 속에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각각의 광고를 눈여겨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21년 차 광고인인 권덕형 씨가 쓴 책 ‘발견이 전부다’는 광고를 통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으로 진리나 본질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우는 책 같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광고의 한 기법임을 감안할 때,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은 광고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 ‘광고로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는 광고처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누구나 다 아는 사소한 것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잘 갖지 않는 것을 눈여겨볼 줄 알려면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질만능과 성과주의가 외면했던 것들을 새롭게 봐야한다고 말이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반듯하게 보던 것을 살짝 비틀어 보는 ‘광고’는 그래서 통찰과 지혜의 발견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저자는 또한 발견과 동시에 ‘사람’을 향하는 마음을 거듭 얘기한다. 광고 속에도 인간성을 배제하고 화려함만을 추구해서는 절대로 감동을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예로 든 코카콜라 광고에서처럼 ‘빈 의자 하나 더 준비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을 소망하는 것. 요즘처럼 취업문이 좁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와 함께 일하자!’라고 서로 초대할 수 있는 세상. 현실에서 이런 것들을 꿈꾸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서 그것을 소망할 줄 아는 마음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옷을 흙과 얼룩으로 더럽히면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며, 소박하게 자식의 이름을 내건 간판으로 세상의 거친 바람 앞에 당당히 맞서는 삶. 수많은 광고 안에는 그렇게 우리네 인생이 살고 있었다.
“꿈을 꿔 보는 김에 더 바란다면 ‘나와 함께 일하자!’라고 서로 초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자리를 내어 주고 더 낮은 자리로 옮겨 가는 넉넉함. 그리고 막 자리를 내준 내게 다른 누군가도 자리를 내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일터. 그런 훈훈한 일터가 우리 생업의 풍경이었으면 좋겠다.”(p.83)
“광고계의 정년은, 말하기 부끄럽고 비참하지만 40대 중반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젊은 시절 밤낮을 온전히 바쳐 일했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인정하기도 싫지만, 어느덧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도대체 젊다는 게 어떤 가치가 있어서 젊은 감각에 저리도 목을 매는 것인가?”(p.88~89)
“어디 자식의 이름뿐이겠는가? 자신의 이름일 수도, 아내의 이름일수도, 어머니의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박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저 간판들은 세상의 거친 바람 앞에 세운 깃발일 것이다.”(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