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사와 창업에 관한 이슈가 사회적으로 떠오르면서, 삶을 구속하는 직장에서 어서 뛰쳐나와 자유를 외치라는 책들이 눈에 띄고 있다.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은 점점 들뜰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반대다. 회사를 떠나지 말라고 외친다. 왜?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인간의 수명은 100세로 향한다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정년은 60세이다. 그렇다면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20년, 운이 좋아 100세까지 산다면 40년을 회사 밖에서 버텨야 한다. 정년 보장도 잘 되지 않은 요즘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차피 오래 못 버티는 거 그냥 빨리 나갈까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책은 회사에 있으라고 한다.(버티라는 의미와는 좀 다르다)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를 쓴 저자 양은우 씨는 대다수의 직장인이 회사에서 탈출하려는 이유는 보다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살기 위함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라고 경고한다. 경제적인 자유 없이 주도적인 삶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자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얻어지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인 동시에 잘하는 일, 남들도 내가 잘한다고 인정하는 일을 해야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생의 자유도라고 표현했다. 삶의 행복은 인생의 자유도와 비례하고, 인생의 자유도는 전문성과 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삶의 행복은 일의 전문성과 비례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무책임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서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학공부나 자격증 같은 단순한 자기계발이 아닌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자기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자기전문화에는 흔히들 아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OECD국가 중 근무시간이 가장 긴 한국의 직장인들은 개인 여가시간을 활용해 1만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우니, 직장의 업무를 통해 자기전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직장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최적의 훈련장소로 재해석된다.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 직장을 전쟁터가 아닌 배움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전문성을 쌓은 뒤 자신을 알리는 방법까지도 책은 제시하고 있다. 이대로 잘 활용한다면 회사는 더 이상 단순히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고 전문성을 쌓는 배움의 장이 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자기전문화를 쌓으려면 자신의 업무에 어느 정도 애정과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많은 직장인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업무에 싫증이 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이 책은 자기계발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면서 그 중 네 가지는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지양할 것을 강조하지만, 뒷부분에선 맥락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즉, ‘현재 하고 있는 본업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나 ‘현재 본업 외에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관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선, 자기전문화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롭고 낯선 분야의 일을 접할 때 창의력이 솟아난다’고 말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한 가지 일에만 죽어라 파기보다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분야를 통해 전문분야에 대한 역량을 높이라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해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는 일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회사란 곳은 다닐 때도, 다니지 않을 때도 마냥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복잡다단한 무언가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다시 묻는다. 이는 당신은 진정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