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의 열풍이 안방을 뜨겁게 달구던 초반..온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그 드라마를 보았지만, 나는 보지 않았었다. 궁금은 했었지만..재미있다던데-하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어째 그 시간에 텔레비젼 앞으로 쉽사리 가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삼순이에 대한 책이 먼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책이 있었구나. 그리고 맛보기로 나온 몇 페이지..삼순이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결혼정보회사에 가서 겪는 일들을 읽으며..나는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매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던 것이다.
그리고..아 너무 재미있었다. 정말. 깔깔 웃으며, 때로는 두근거리며..나는 그렇게 두어시간 만에 삼순이를 다 읽어 버렸다. 머릿 속이 복잡하던 며칠이 다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드라마 삼순이에 빠져들기 시작했고..못보았던 방송분은 인터넷을 뒤저가며 모두 보는 적극성까지 발휘하게 되었다. 책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어떻게 드라마 속에 녹아들어 펼쳐지는지, 그것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중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 뭔가 있어보이는 것이 좋았다. 음악도 너무 가벼운 댄스음악은, 음악성이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하기도 했고..(왜 그랬을까) 책도, 너무 가볍다 싶으면 '흥' 하면서 보지 않았었다. 어릴때, 아는 것 별로 없는 지금보다도 더 아는 게 없었던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지 싶다. 아마도, 내가 그 시절이었다면..삼순이같은 유쾌하고 달콤한 책은 아마 놓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가볍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 등장인물들 간의 따스함이 다 들어가 있고, 삼순이가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만큼이나 달콤함이 스며들어 있다. 다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진심어리고 착해서, 좋아하는 사람을 별 조건 보지 않고 좋아할 수 있을만큼 용기있기 때문에..뭔가 있어보이는 두껍고 딱딱하고 무거운 책들이 어렵게 전하고자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삼순이는 유쾌하고 달콤하고 가볍고 쉽게 재미나게 살며시 펼쳐놓는다. 그게 참 좋았다..그래서 피곤할 때,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읽어도. 전혀 무방한..그런 이야기다. 두고두고 곁에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