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세 번 놀랐다
sonafox 2009/10/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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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5
이 책을 읽고 세 번 놀랐다.
첫째는 부피감:
읽기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의 중량감이
책을 선뜻 손에 쥐지 못하게 했다.
둘째는 학술적인 내용의 깊이와 포용력:
부끄러움 연구 센터까지 운영하는 이 저자의 책은
심리철학적인 면까지 깊이있게 다루고 있었다.
셋째는 산만함:
두꺼운 분량에 많은 좋은 읽을거리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기에 단조롭고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은 어눌한 설명을 하는 노학자 같은 책이다.
아는 건 많은데 강의에는 영 잼뱅인 성격의 느긋한 할아버지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지루하거나, 다 아는 얘기 같아 계속 듣기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왠지 말투보다 그 선생님의 인품에 반해서 수업을 듣게 되는 꼴이다.
따뜻한 햇살이 교실 유리창에서 내 책상 위로 쏟아지고
흰 머리 선생님의 나즈막한 설명은
어느새 재미난 옛날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책은 표현( 내용 전개나 책 디자인까지 포함하여)은 서투르지만,
정말 많은 성실한 연구 노력과 저자의 고뇌의 결실을 담은 책이다.
많은 읽을거리를 가지고 있는 참 좋은 책인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쓸모가 좋기조차 하다. 특히 자신이 부끄럼장이거나 민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더욱 참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을 저자가 보다 간략화해서 적당한 두께의 책으로, 화사한 편집으로 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나열식이 아닌, 주제로 몰아가는 인과식 구성으로,
책을 덮을 즈음으면
독자의 확실한 이해와 자기 결심을 굳힐 수 있는 목차로 이루어 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각 쳅터 끝에는 정리본을 1-2페이지로 넣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끄러움에 관한 책도 앞으로 기획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례로 든 외국 사람들의 이름이나 파티 문화 등은 사실 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아주 방대한) 부끄러움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 보고서"이다.
아무래도 이 책에 별 4개 반을 줘야 할 것 같다.
두껍고 그닥 별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의 이 책은 사실은 아주 달콤한 크림이 유혹적으로 들어간 와플 파이와 같았다.
평범한 와플 속에 들어간 하얀 생크림의 고소한 맛과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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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1. 이책을 계절로 말한다면?
나른하고 느긋한 봄. 그러나 그 안에 많은 생명력의 활기를 품고 있는, 겉으로는 조용한.
2.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은?
부끄러움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습득된 것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
3. 이 책의 독자는 아닐 것 같은 사람은?
추리소설이나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인문계의 심리적인 미묘한 문제를 다루는 책만 보면 하릴없이 하품이 나는 사람.
4.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은?
부끄러움을 탈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
5. 이 책에서 뜻밖으로 알게된 사실은?
• 남들도 나처럼 부끄러워 할 수 있다는 점.
•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과 안타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누구나 낯선 환경에 적응 가능하다는 점.
• 남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미리 많은 준비 기간을 거침으로써 좋은 발표를 하거나 회의 진행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즉흥적으로 뭐든지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지만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전혀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는 점
• 부끄러움과 '자기 존중감'은 사실은 끈끈한 상관성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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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좋은 사실들이 책에 나와 있는데
자신의 성격적인 스타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자신이 타인과 대화하며 느꼈거나 행동했던 과거 방식들을 돌이켜 보면서
이 책의 구절들을 천천히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아직 신인 배우와 같기도 하다.
백지와 같지만 내가 채워가기에 따라 한 없이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정말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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