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만들어졌어야만 했던 책.
sonafox 2008/12/21 22:17
sonafox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나름 자료 조사나 정리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서양사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연구 문헌들과 여러 분야의 서적들을 탐독하고 간추리고 비평하는 공부를 근 3년간 하다 보니 나름 일목요연하게 상황과 내용과 방향을 잡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박혀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텔의 아는 분으로부터 인텔의 앤디 그로브에 관한 전기 만화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니 이건 또 다른 영역이라 눈앞이 캄캄했다. 그림은 둘째치고 한 사람의 전기를 어떤 식으로 꾸며야 하려나. 자서전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위인전인데. 인물을 분석하고 사실을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정리 이상의 문제였다. 난 손을 놓고 멍하니 시간이 가는 것을 초조하게 세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지역 문화와 디지털 콘텐츠란 꽤 멋진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그러자. 저런! 이 책은 일견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설명조의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분석서이자 설명서-메뉴얼이었던 거다. 인문학적인 자료 정리나 자료 검색에 대한 것 뿐 만이 아니라 인물 평전이나 자료 검색에 이르기까지 책을 집필하기에 앞서 필요한 모든 세부적인 요소를 체계적으로 예시를 통해 보여 주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이 위인전 집필에 고민하던 나의 머리에 안개를 걷어내 주는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문헌 자료의 이해와 활용법 및 현장 조사의 방법과 실재에 관한 실질적인 작업 지침서가 되는 구체적 내부 설계도 같은 책이다. : 예를 들자면 편찬 프로세스, 시청각 재료 가공, 제작 방침, 멀티미디어 활용 예, 간행물 데이터 서비스, 온라인 서비스, 전자 텍스트 편찬도구 활용 기술, 실제 집필 원고의 예, 콘텐츠 실재 구성표, 개인 연표 작성의 예시, 이미지(사진촬영 스캔) 작업 지침, 사운드 및 동영상 작업 지침, 디지털 콘텐츠 편찬의 차별화 요소, 등. 각종 참고 사이트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모든 의미에서 차별화되는 일종의 작법서인 것이다.
이 책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응용되고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보아 지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실린 구체적인 작업 예시들 때문이다. 어떤 책을 찾아보아도 자료 조사나 현장 조사에 관한 이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체계화된 그림, 아니 지도를 보여주고 있는 책은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넋두리에 가까운 감탄과 감동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향토문화전자대전>편찬을 통해 얻은 다양한 지역문화 디지털 콘텐츠 편찬 방법들을 전문연구자들은 물론 지역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국 각 지역의 연구자, 정보기술 전문가, 편찬 실무를 담당해온 한국학 중앙 연구원 한국학 정보 센터 연구원들의 공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 과정에서 지역 문화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 문화를 통해 확립된다. 이 책이 지역 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필 의도도 갸륵하지만 그 내용은 더욱 압권이다. 우리나라에 꼭 만들어져야만 했던 책이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