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있는 한국 대중음악 정보서적
좀머 2004/02/1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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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에 충실하게 만들다 오래 못가 폐간됐던 잡지 [서브]의 편집장이었으며 현재는 웹진 [가슴]의 운영자인 필자가 [서브]에 직접 연재하던 것을 보완해 펴낸 단행본이다. 이런 류의 수많은 책들이 웹에서 조금 찾아보면 나오는 것만도 못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상당히 알차다. 사실 나는 평론가들의 장광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평론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라 평론의 기본구실(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뚜쟁이질)은 제대로 못하면서 엉뚱한 소리만(자기가 맞선 보러 나온 줄로 착각하고) 늘어놓는 평론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인터뷰가 분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퍽' 자유롭기는 하다. 이만큼 심도 깊고 분량도 넉넉하며 대상도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인 인터뷰 모음집은 드물다. 음악애호가들은 물론이고, 특히 음악을 하려는 지망생들에겐 선배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이 커다란 공부가 된다는 점에서 필독을 권한다. 그밖에도 가치를 덧보태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여러 음악인들의 디스코그래피다. 수록곡 목록이 빠져있는 결정적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간단한 리뷰가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책 말미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리스트'도 참고할 만하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컴필레이션 CD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점도 역시 몇 가지 있다. 우선 신중현을 제외하고는 70년대 이후의 음악인들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60년대까지의 한국 대중음악이란 것은 과연 깡그리 무시하고 부정해야만 할 '치욕'인 걸까? 두 번째로 민중가요 계열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언더/인디는 열심히 파고들면서 민중가요는 열외로 치기에는 두 집단 간의 '교류협력사'만 감안해도 어불성설이다. 세 번째로 필자 자신의 가치기준이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조용필을 뺄 거라면 서태지도 같이 뺐어야 했던 것 아닐까?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70-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책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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