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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어서...참 다행이야


솔직히 굉장히 가벼운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까 아니었다.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미친듯이 달리는 열차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구 달리는 미친 기차를 보는 기분이다.


어느 날 평범한 사람 한명이 눈 앞이 안보이는 병에 걸린다.
이것은 눈 앞에 하얀 벽이 있는 것처럼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안보이게 된다.
치료법도 원인도 알 수 없는 이 병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을 전염시킨다.
도시 전체가 눈먼 자들로 가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의사의 아내만이 병에 걸리지 않아서 모든 것을 볼 수가 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굉장히 불쾌했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만약 내가 눈이 먼다면 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겠지.

그리고 의사의 아내처럼 나만 볼 수 있다면 우리 애인님을 잘 보살피고 두려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겠지.


끝까지 살아남는 몇몇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한번도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김춘수의 꽃처럼 우리는 서로의 이름으로 불려져야만 존재가치가 있는 것인데
끝까지 의사의 아내, 썬그라스를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 등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이름이 없었다.

중간에 눈먼 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만 중요할 뿐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게 주제할배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눈먼 자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고 용변을 해결하는 모든 행태을 보니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평소 인간도 평범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귀찮은 동물이자 성가신 동물이다.
이것저것 아무 것도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

용변을 보려고 해도 변기가 있어야 되고 엉덩이를 닦을 휴지가 있어야 하고 변을 내려보낼 물이 있어야 되고 정화조를 청소해야 되고. 엄청 복잡하다.  

 

게다가 소설 전체는 특이하게 쉼표와 마침표만 사용한다.

누가 누구와 얘기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서 읽어야 된다.

하긴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말할 때는 따옴표 같은 걸 붙이면서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

신선하달까. 더 집중이 잘 되었다.

솔직히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우리는 눈 뜨고도 못보는 게 많으니까
눈이 먼걸까요? 눈 감고도 보이는 게 많으니까 눈을 뜬 걸까요?
우리는 눈먼자일까요? 아닐까요?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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