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이 있어서...참 다행이야




이 소설은 지인에게 1년전에 빌렸는데 계속 못 읽은 책입니다.  

못 읽은 이유는 장편인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단편이었고 - 저 단편 별로 안좋아해요 - 게다가 책을 열면 왼쪽에 작가의 말 같은 게 써있는데 그게 너무 어려워요.

숨이 턱턱 막혀서 책을 탁탁 덮게 되죠.

그러다가 빌려준 지인이 단편은 골라 읽는 재미라는 말에 힘을 얻어 아무 페이지나 탁 펴서 읽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다 읽고 나서 작가 이름을 봤어요.

그랬더니 새롭더라고요.



이 소설은 나이도 다르고 사는 것도 다른 여성들의 상처와 그 무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늬

오후 4시의 정거장

이웃집으로 들어가다

그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너는 그 강을 어떻게 건넜는가

낮보다 환한 밤

폼페이의 아득한 날

스페인 춤을 추는 남자


어느 제목이 마음에 드나요?

송우혜, 김지수, 한정희, 송혜근, 윤명제, 은희경, 전경린, 박자경 작가들이 썼고요.

제일 재미있게 읽는 단편은 ‘그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라는 건데요.

돈도 못 벌고 능력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때리기만 하는 남편과 공부도 많이 했지만 어쩐지 곤궁한 시아주머니 대신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그녀를 구박하는 시부모님을 모시는 당골네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물질을 해서 딸들과 남편, 시부모님을 벌어 먹였지만 자궁에 혹 또는 암이 나서 수술날짜만 기다리고 있죠.

여러 가지로 답답한 삶을 사는 여인인데도 전 그녀의 삶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여자들의 삶이 나오지요.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가난하게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되기도 하고

불과 같은 사랑에 - 하지만 불륜 - 빠진 30대 여자가 되기도 하고

40대가 되어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그 남자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아이를 지워버리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지더군요.

왠지 여러 가지 삶을 경험하고 난 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두세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리속이 엉키는 느낌하고 비슷해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면서 그 만큼 세월을 보내버린 그런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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