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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비 딕
  • 허먼 멜빌
  • 25,200원 (10%1,400)
  • 2024-04-09
  • : 7,87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인칭 관찰자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 남아 자초지종을 들려주는 자다. 그들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듣는다. 이슈메일이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원 서류에 서명한 이유는, 고래 잡이와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서다. 포경선의 목적은 고래 기름을 통한 이윤의 획득이다. 그러나 피쿼드호의 목표는 고래가 아니다. '모비 딕'으로 불리는 향유고래도 아니다. 모비 딕이라는 형상 아래 존재하는 헤아릴 수 없는 존재에 맞서는 일이다.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해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간' 모비 딕을 쫓는다. 하지만 에이해브의 설명 중 어떤 것도 그의 집착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에이해브 자신도 스스로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물리적 탈, 모비 딕이 필요하다. 에이헤브는 미쳤고 미친 자는 미치지 않은 자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피쿼드호의 선원들, 유일한 생존자인 이슈메일조차 피쿼드호에 타 있는 동안은 그 고래를 잡아야한다는 에이해브의 열망에 동의했다. 이슈메일이 살아남은 이유는 우연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뒤 자초지종을 들려주는 일은 정치다.

에이해브가 바랐을 마지막은 모비 딕이 자신을 목숨을 가져가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모비 딕이 에이해브와 피쿼드호를 침몰시키는 일은 그 자체로 고귀한 비극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모비 딕은 피쿼드호를 침몰시키지만 에이해브를 죽이진 않는다. 모비 딕에게 에이해브는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에이해브는 작살에 매달린 밧줄을 풀다가 결국 밧줄이 풀어져 그 밧줄에 목이 휘감겨 죽는다. 이것이 이슈메일이 들려준 결말이다.

나만 홀로 피한 고로 주인께 고하러 왔나이다

욥기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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