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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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내 놀이터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을 빼먹고 조조로 영화 <부러진 화살>(2012)을 보러 갔던 날이 기억난다. 사법고시 한 달 전이었다. 영화 내내 석명권을 주창하는 김교수의 증거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분통이 이미는 장면에서 나는 판사의 오만함 앞에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게 내가 들어갈 세상이었구나,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인터넷 기본 페이지인 법률신문의 한 꼭지처럼 꼬박꼬박 읽어내려갔던 <젊은 변호사의 고백>은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상 디케를 표지 전면에 내세운 김남희 변호사의 법 교양서이다.

책이 쓰일 당시인 2011과 2012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드라마 <추격자>,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정몽주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유죄판결 사건 등, 국민들의 법감정과 큰 괴리가 있는 판결들이 내려지는 사전 배경을 설명하고, 법배경을 모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는 판결과 극도의 권위주의를 포기할 줄 모르는 판사들 입장에서 보는 법을 차분히 분석했다. 


 

 


  국민들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일을 눈감아 버리는 사법부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전 국회의원의 청탁 의혹을 예를 들며 국민들이 보기엔 엄연한 청탁이 그들에겐 일상 대화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법조계에 만연한 관행과 사건 처리 방식을 설명한다. 특히 서울대 법대 출신의 판검사들이 학연으로 얽혀 이로 이어질 수 있는 전관예우와 같은 문제점을 자각해야 한다며 일침을 놓기도 한다. 보수화 되가는 판사 집단들의 재벌 봐주기 형래도 꼬집는다. 소수 판결을 내보이던 대법원 판사들이 대거 퇴임하면서 추후 대법원의 보수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특별히 관심 있었던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을 예를 들자면, 당시 영화 <도가니>를 본 많은 국민들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여 전관예우를 힘에 입고, 합의를 했다고 처벌받지 않은 사건 관계자들의 양형에 분노했었다. 그 결과, 가해자들은 재수사 끝에 처벌받고 관련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관예우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 또는 "친고죄 폐지"의 의미나 성폭력관련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부러진 화살>도 마찬가지이다. 김교수가 일관성 있게 요청하는 증거신청도 받아주지 않고 중요한 증거인 부러진 화살도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에 태만하고 오만한 태도로만 일관하는 판사의 태도에 더 분노한다. 하지만 왜 혈흔감정신청을 받아 주지 않는지, 가장 중요해 보이는 화살이 사라졌는데도 이를 왜 조사하지 않는지 알고자 하는 법적 쟁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판결과 결정에 대해 이 책은 질문을 던지고 구조적인 문제나 실체적 배경을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법이해보다도 앞서는 것은, 독점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폐쇄적이고 경직된 태도로 사용하는 법조계의 문제를 분석하고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변화를 촉구하는 데 있다.




 국민들은 민주적인 사법부와 독립 사법부의 모순을 인정하고, 언론 재판이나 사법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법조인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젖어있을지 모를 권위주의를 자각하고, 국민들과의 사법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정법과 판례라는 법률해석의 틀에 얽매여 정의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이켜 봐달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사법부만은 독립되고 정의롭게 어떤 이득에도 좌우되지 않을 거란 마지막 보루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의 믿음이다.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까지 권력에 기대는 모습만을 보이고 국민들을 폐쇄적인 자세로 밀어내기만 한다면, 정말로 절망일 것이다.



이런 법교양서가 많이 출판되길 바란다.




원문: http://blog.naver.com/amy0116/22075996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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