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이 읽고 싶은 날이 있다. 아니, 일본 서정소설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집어든 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시작하자마자 말랑말랑, 기모가 몸에 감싸이듯 따뜻한 기운이 사악 돈다.
이 책을 읽는 걸 본 남편이 그런다. 3년 전, 책을 잘 읽지 않는 남편이 그 당시 데이트 한번 더 할 수 있을까 싶어 내가 건네던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고. 참 기특도 하지.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책에 집중한다.
한때 나야미(고민)을 상담해주던 나미야 잡화점에 세 명의 도둑이 아침이 올때까지 머물 장소를 찾기위해 잠입하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과거에서 도착한 고민상담편지를 받은 도둑들, 어리숙한 그들이 보내는 편지를 통해 밝혀지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비밀과 인연, 그리고 우연짜집기라고 하기엔 봐주고 싶은 우연과 기적이 있다.
찾아본 책뉴스에선, 이 책이 광고를 크게 하지 않았음에도 출간 이후 4년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있으며 현재 56쇄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현재까지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73권의 단행본 중 10권도 채 못 읽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은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천재수학자가 짝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한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가 책이거나 법정신이 나와야 읽는다는 내 기본 전제를 벗어났음에도 취향에 맞았다.
일본 감성이 필요해, 라고 느낄때마다 읽어온 일본소설을 적어두자면.
모리사와 아키오, 에쿠니 가오리, 미우라 시온,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 그리고 오늘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다시 읽은 이 책, 오늘도 맛이 좋았다.
원문: http://blog.naver.com/amy0116/220764203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