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짧지 않은 자취생활로 집안일에 영 젬병은 아니다. 거기다 청소하면 청소하는 대로 요리하면 요리하는 대로 뭐든 사랑받는 신혼이지만,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브리'같은 "주부 9단"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청소와 요리의 정갈함에 있어서 넘사벽 주부 9단
브리에 필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절에서 수양하시는 스님들이다. 그런 스님들의 청소법을 모아 정갈하게 책을 써냈다. 하루의 삼분의 일을 청소하는데 쓰는 스님들의
소소한 청소 일상을 간결한 문체로 조용히 읊어주는 책, 『청소시~작!
』이다.
절에서는 해가 지고 나면 청소를 하지 않습니다. 수도승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와 몸단장을 하고 청소나 독경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날이 밝기 전 맑고 찬 공기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를 시작할 힘이 솟아오르기 때문입니다.
주위 사람도, 풀과 나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각에 청소를 해보세요. 마음이
개운해질 뿐 아니라 머릿속도 맑고 깨끗해질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쯤엔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끝내게 됩니다. 아침 청소를
함으로써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쾌적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20p
한 꼭지 읽고
기름기
눌어붙은
가스레인지를
닦고,
또 한 꼭지
읽고
화장실의 세면대도 안 쓰는 칫솔로 쓱싹,
재미 붙여 또 한 꼭지 읽고
널어놓은 빨랫감도 주름 안 생기게
쭉쭉 늘여 팡팡,
서랍에 꾸기듯 넣어두었던
옷도 가지런히 개켜 놓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12/pimg_7024271681257001.jpg)
청소하는 스님을 그린 귀여운 삽화에 행간이 넓고
분량이 얇아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어제오늘 눈에 보이는 곳곳을 닦고 정리하고 청소했다. 한 번 불고 마는 일회용의 대청소가 아니라, 작은 곳이라도 지금 당장 청소하고 싶다 자리에서 벌떡 일으키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동안 청소의 신을 한 번만 뵙길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집안의 구석구석들이, 날 일으키게 해준
이 책에 감사를 표할 것만 같다. 책에서는 잠깐이라도 좋으니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 청소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인데, 알고도
있는데, 수양하듯 토닥이듯 조용히 읊어주는 정갈한 문체에 주부의 마음이 슬며시 스며들게
한다.
그럼 오늘도 소소하게 청소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