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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 클레어 노스
- 15,120원 (10%↓840)
- 2018-08-16
- : 993
하루는 벅찬 묵직한 분량에 온전히 며칠을 이 책만 잡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 새벽 다섯시까지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이야기의 힘이란 대단해서, 다음 날 힘들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 생기면 그것을 더 높이 쳐주게 된다.
전쟁을 겪어내고 그리고 어쩌면 통일을 보고 어느 늘그막한 나이에 죽은 사람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면? 그것도 환생이 아니다. 1919년생인 해리 오거스트는 그의 첫 생이자 마지막 생이라 굳게 믿었을 한 번의 삶을 온전히 직선적으로 살았고 수명이 다해 죽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또다시 1919년,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해리 오거스트로 태어났다. 첫 번째 생의 온전한 기억을 간직한 채로!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미쳐 두 번째 생은 이른 나이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세 번째 생부터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런 특별한 존재인지 의문이기에 세 번째 삶에서는 종교적으로 신에게 답을 구하며 세계를 방황하고, 네 번째 삶에서는 의학적으로, 여섯 번째 삶에서는 물리학 쪽으로 접근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자신과 같은 운명의 동료들이 모여있는 크로노스 클럽을 발견하고는 안정을 찾았다.
선형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이 시간여행과 공간이동인데, 이 책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원하는 시간대로 옮겨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삶을 한 번 통과해야 다음 생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삶을 가지고 미래를 바꾸려는 자가 등장하며 갈등과 죽음이 따라온다.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의 삶의 시작을 지켜보았고 길고 긴 생을 함께 살아냈다. 그리고 가슴 뛰는 것을 느끼며 숨죽이고 그의 복수를 추적하고 따라갔다.
열다섯 개의 교차편집된 스토리가 방대해서 복잡해서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화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스토리의 편집성 때문에 또 읽는 맛이 있었다. 근 몇 년간 읽은 최고의 시간여행 SF 소설이자 훔치고 싶은 능력이다. 아니, 세계사 걱정 없이 상상하고 책으로 즐길 수 있는 직선의 삶이 더 나을까. 이 더운 여름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치의 시간여행이었다. 이 맛에 SF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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