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내려온다
자네 2021/06/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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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가 내려온다
- 오정연
- 11,700원 (10%↓
650) - 2021-06-16
: 341
없는 이야기를 실제했던 것처럼 창조해낸다는 점에 있어 소설가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도 책을 끼고 있으니까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읽지만 말고 한번 써봐~’하는데, 나는 그걸 개미의 눈꼽만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가당치도 않은 일인 걸 완전 잘 알기 때문에.
소설 중에서도 SF소설을 쓰는 작가님들은 왠지 좀더 특별한 것 같다. 다른 소설들이 대체로 현실에 있을 법한,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이야기라면, SF소설은 현실에 한번도 없었던, 오로지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창조된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SF소설은 현대 과학의 성과들에 기반해 쓰여지기 때문에, 묘하게 설득이 되고, 미래를 앞당겨 보는 기분으로 읽게 된다.
그치만 나는 SF 장르를 그닥 좋아하진 않아서 찾아 읽거나 하진 않는 편인데, 오정연님의 <단어가 내려온다>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지구인들이 화성에 정착한 뒤 벌어지는 일, 지구보다 50만년 정도 늦게 탄생한 쌍둥이별에 찾아가 지구의 과거를 유추해보는 일 등이 흥미로웠다. 특히 새로운 행성에서 조차 국적과 언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지속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하는 등 일상의 문제들을 다룬 점이 좋았다. SF지만 SF같지 않은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발췌>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을 움켜쥐고만 있었는데,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소중한 것을 어딘가 더 튼튼한 곳에 옮기는 기분이랄까.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이야기더군요. 우주가 쓰고 있는 이야기에 우리 모두 한 줄씩 보태고 있는 거죠. 삶이 시작되기 전에도, 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것은 이야기뿐이었어요. 29
돌연변이의 결과물인 우리가 특별하고 대단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그보다 확실한 위안은 없다. 44
몇만 년 동안 인류의 터전이었던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으로 멀어지는 모습은 이주 1세대 모두에게 각인된 극단적인 공허 그 자체였다. 문화 민족적 정체성을 ‘뿌리’라고 부르며 과거와 이어지기를 원하고,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인류에게, 어떻게든 채워야 할 구멍이 생긴 것이다. 어딘가에 자신을 붙들어 맬 수 있는 마음의 중력이 절실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은 이를 저중력증후군 혹은 무중력증후군이라고 불렀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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