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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책읽기

사람 참 바뀌기 쉽지 않구나

읽는 걸 거의 놓았던 사람에게

다시 읽기가 몸에 배어들게 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ㅠㅠ

나이 들수록 사람은 정말 더 바뀌지 않는다는 걸 느끼면서

괜시리 이 싯구를 기도문처럼 외고 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는 

세 권의 그림책으로 나와있는데,

앞의 두 권만 읽었었다. 

세 번째 판본은 이번에 검색하면서 처음 알았네.


시의 분위기를 잘 살린 건 두번째 야마무라 코지의 그림책이었다.

곽수진의 그림책은 화사하고 즐거운 느낌이다. 

글은 곽수진의 그림책에 실린 이지은 번역가의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좀 더 구체적이고, 의미가 잘 스며든다. 


미루야마 겐지의 수많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보이게 한

겐지의 여동생은 이 글을 기도문이라 여긴다고 한다. 

내게도 이 시는 기도문에 가깝다. 

기도문을 외우듯이 자주 이 시를 중얼거리게 된다. 


이런 삶의 태도를 어렸을때부터 바래왔고, 

그때문인지 나이가 들수록 

이런 태도가 내게 더 잘 맞다고 느껴진다. 

작은 집에서 세상 일들에 울고 걱정하면서도

생활은 조용히 웃음 지으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리는 생활들. 


그런데 실제로 미루야마 겐지는 그런 삶을 살아냈다. 

생각할수록 성자에 가깝다는, 고귀한 느낌이 든다. 

당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정말로 바보같은 삶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이 가진 걸 버리고 농사를 짓겠다며 그들 곁으로 왔는데

정작 농사는 냉해와 가뭄으로 계속 실패하자

농민들은 그런 그를 비웃어댔다. 

거기다 전쟁을 앞두고 일본은

전체주의와 극우주의로 정신을 무장하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이타심과 채식, 소박한 삶 같은 말랑말랑한 것을 외치고 있었으니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까.


무엇보다 놀라운 건

누구도 그의 글을 인정하지 않아

책을 자비출판했음에도 10% 정도만 팔렸을 뿐인데도

그는 쉬지 않고 자신의 노트에 이야기와 시들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100여편의 동화와 400여편의 시가 노트에 담겨있었다는데,

경의로운 숫자다. 


아마도 인정해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고,

아무도 동감해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가난했고, 굶주렸는데도

자신이 믿고 따르는 바를 

죽을때까지 실천해갈 수 있었던 의지는 이더에서 나온걸까.


인정받지 못함에 괴로워지고,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다는데 대해 부끄러워지고

이렇게 사는게 잘하는건지 의문이 들때면

늘 이 시를 조용히 읊조리면서

미야자와 겐지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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