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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쓴, 짧은 글
  •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 김지수
  • 12,600원 (10%700)
  • 2013-04-17
  • : 189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쩌면 나이가 들어감을 말하는것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인생을 겪어보고 보아오고, 그리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는 어떠한 철학적으로나 심리도서 같은 느낌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에세이 특유의 느낌을 물씬 담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끄적거려 놓은 자신의 단편적인 생각, 감성의 편린을 조금 들춰 보여줬다고 해야할지, 그러했다. 건조하면서도 무덤덤한듯, 그러하면서도 너무 거칠어지고 땅이 말라버리지 않게 감성이라는 감정을 살포시 흩뿌려 놓은 듯한 느낌. 이 에세이는 내게 그러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작위적이지 않아 좋다. 자신의 일상과 인생을 통해 느껴왔던 수많은 편린들을 그녀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이다. 이 에세이에서 전해주고 싶어했더라는 위로라 할지 용기라 할지.. 그러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내게는 그녀의 조근조근한 텍스트에 공감과 생각들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우리가 수없이 마주하는 누군가와의 대화, 또는 음악, 영화, 책..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듯 뇌리에 꽂히는 어느 한 장면, 글귀, 가사 들.. 그렇게 허공에 수없이 떠다니는 텍스트와 음성을 마주했을때 느낀 잠깐의 마주침과 생각들을 적당한 온도를 담고서, 나와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해준다. 뭐라할까, 많은 에세이를 접하면서도 , 그리고 다른 표현력과 또 다르게 다가오는 감성들, 때로는 비슷한 느낌과 이야기로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내면을 절제된듯, 숨기는듯 적당한 선에서 표출을 한다. 김지수 에디터 역시 그러했다. 그러함에도 무언가 오묘하게 다른듯한 그녀의 텍스트와 마주 하고 있으려니 자꾸 생각 깊숙히 '진솔함'과 '진함'이 더욱 진하게 베여나온다.

 

사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어느 순간에는 부담스럽고도 고달팠다. 그리고 지난 치기어린 시절의 스무살, 그리고 20대를 보내오던 내가 그리워 지기도, 한조각의 단편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깊은 날숨과 함께 흩어져 버리곤 했었다. 어정쩡한 나이, 그래도 아직은 많은 날들이 남아있는, 또한 무언가 하기에는 늦은, 앞으로 나아갈수도 , 뒷걸음 칠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그런 지금의 나이.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이를 그렇게 정의했더랬다.  영화감독 정지우는 영화 <은교>에서 노화에 대한 슬픔과 돌이킬수 없는 회한을 "내 나이 45세..어느 순간 남자가 늙는 것에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우리의 정서는 10대고, 습관은 20대지만 상황과 시선은 나를 노인으로 보겠죠" (242쪽)라고 표현했다. 내 삶과 인생을 반추해보면 나도 그러했던것 같다. 스스로 나이듬을 인정하면서도 내 가슴 깊이에서는 아직 자라진 못한 마음으로 인해 밀어내려고 했던 상이하고 습관적 행동들. 그러했음에 나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많은 벽들과 부딪쳐야 했던 것이 아닐까. 상황과 시선이 나를 이렇게 만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잠긴다.

 

그녀가 책 속에서 고인이 된 배우 장진영과 함께 했던 시간을 잠시 언급했을때, 몇 년전 읽었던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 문득 생각이 났다. 장진영의 배우자인 김영균씨가 쓴 글. 고통스럽고 두려운 날들의 투병생활을 고스란히 텍스트로 적어 내려갔던 그 에세이를 읽을 당시, 장진영에 대한 김영균씨의 사랑과 진심과 마음이 담긴 그 에세이가 조금 부담스러웠고 과한 느낌이였다. 어떤 면에서든지, 저만치 떨어져서 나와는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무감정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는듯이 그렇게 말이다. 그런데 김지수 에디터는 또다른 알지못했던 이야기를 잠시 해 주었다. 비록 일부분의 이야기라 하지만, 명치를 찌르는듯한 저릿함을 느끼고 말았다.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해 있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통해서.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거야>는 인생과 삶, 그리고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 일부에 죽음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노애락, 그리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이 에세이는 도드라지게 말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가 단순히 일상에서 수없이 부딪혔던 감정들을 통해 나 또한 이 에세이를 통해 그러하게 부딪치고 인정하며, 공감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왠지 이번 에세이는 '그냥' 그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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