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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쓴, 짧은 글
  • 사랑이 달리다
  • 심윤경
  • 10,800원 (10%600)
  • 2012-07-20
  • : 1,669

 

 

심윤경의 또다른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은 특별할것 없는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인데요. 그러니까 이 가족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스펙터클, 막장, 콩가루...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난무할 정도로 뒤죽박죽 정신없는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큰 오빠 (철원), 작은 오빠 (학원) 그리고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혜나를 비롯해, 두 올케와 부모님 외, 자잘한 조연들의 등장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혜나'의 일인칭 시점으로 쓰였습니다.  그녀는 39세의 어릴적 소꿉친구 성민과 결혼한 10년차 유부녀이고 ,그리고 모든 사건과 대형 사고를 터뜨리는 둘째오빠, 학원. 그를 내조하고 오롯이 옳곧은 모습을 보여주는 어찌보면 답답한 캐릭터인 작은올케.  완벽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자신과 돈, 그리고 기회만을 엿보는 큰오빠 철원과 그의 부인, 낭만과 감성에 빠져 사는 엄마,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채 가족을 떠난 아빠. 이렇게 캐릭터들의 소개만으로도 , 이 소설의 이야기의 반은 이미 읽은 느낌입니다.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말해주듯 소설은 시종일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단순히 '재미'와 '웃음'라는 요소를 듬뿍 담고 있습니다. 허영과 허세로 매번 시작하는 사업에 빚만 수 억이 넘는 작은 오빠 학원이지만, 여동생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무한 애정은  끔찍할 정도로 대박이네요. 하지만 그에 반해 오롯이 자신의 삶과 부귀영화에만 관심이 있을뿐, 가족에게는 단 한방울의 정(情)이라고는 없는 큰 오빠 '철원'은 오로지 아버지의 유산과 재산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을뿐입니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의 캐릭터를 가진 두 오빠 사이에 막내 혜나는 , 자신을 끔찍히 아끼는 작은오빠가 저질러놓은 뒷일들을 수습하느라 바쁘기만 하고요. 이렇게 소설 <사랑이 달리다>속 가족의 캐릭터들은 분명 30~40대의 다 자란 어른들이 분명함에도  부모의 황혼 이혼으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에서 막상 부딪히자 흔들리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자신들이 무절제하게 펑펑 쓰던 돈에대한 유입경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39세가 되어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혜나 역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한심한 존재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고단한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마음은 남편이 아닌 또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의 두근거림이 시작되고 있고요.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제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듯 합니다. 정신없는 이 가족들은 쉴새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수없이 떠들어대는 텍스트들을 읽고 있노라면, 혼자 우두커니 한 가운데 앉아  나를 빙 둘러싸고 앉은 이들 가족의 수다를 고스란히 홀로 견디고 받아내고 있는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수다스럽고 정신없을 뿐 아니라, 막장으로 치닫는 이들 가족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그 재미에 푹 빠져 정신없이 텍스트들을 훑어내느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혜나'의 속마음을 읽는 재미도, 또한 순간 순간 그 상황에서의 표현의 코믹함은 기가 찰 정도로 감칠맛이 납니다. 책을 읽는내내 상황들이 이미지화 되어 머릿속에 오버랩되는 일은 저에게는 흔한 편이 아님에도, 이 소설은 읽는내내 각각의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절로 머릿속에 하나의 드라마가 그려지네요. 말도 안되게 너무  막장으로 치닫는 , 콩가루 뒤범벅인 이야기 이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오직 한명의 캐릭터. 솔직하고 돌직구적인 '혜나'의 성격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또다른 두번째 사랑을 위해 비난과 경멸이 가득 담긴채 쏟아질 비난을 무릅쓰고서도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그 용기와 자신감이 말이지요. 이 소설, 재미있네요. 늦은 새벽에 읽으면서도 혼자 쿡쿡 웃느라, 참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유치한듯 가벼운 , 조금은 오버스럽게 그려진 이야기 이지만, 가끔 기분전환으로 선택하기에는 꽤나 좋은 비타민 같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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