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서카페 '가치독서' 에서 함께 읽었다.
함께 읽는 책이니 얼마나 제목을 불러댔겠는가.
그런데도 제목이 도통 입에 붙지 않아서 짜증이 많이 났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라도,
아주 희미한 빛.......
대체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느냐고!!!!!!
짜증 가득한 마음으로 첫 작품을 읽고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첫 작품 제목이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고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생각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소설가 최은영의 단편 7작품을 담은 소설집.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작품은 하나도 없다.
모두 진지하고, 아프고, 심각한데 내 얘기다.
사람을 심연으로, 아래로, 깊이 잡아끄는데도 불구하고
최은영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고 아프고 심각한데 그게 모두 "나"의 이야기라는 것.
앞의 두 작품에서 K.O 패.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읽고 먹먹한 울림이 사라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지만 내 주변에서 만나긴 쉽지 않은 존재가,
너무 잘 아는 상황이지만 내가 실제로 겪진 않은 사건으로,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알지만 말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쏟아내니,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엉망으로 헤집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중반 이후론 다음 작품 읽기가 겁이 났다.
가슴을 후벼파는 상처가 또 나올테고,
과거의 상처라 회복도 힘들테고,
해피엔딩은 당연히 아닐테고,
뻔히 아는 암흑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절대 몰아서 한 번에 읽지 마시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는 시간강사와 제자의 이야기.
시간강사, 여자, 늦깎이 대학생, 용산 출신, 그리고 시간강사.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으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라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44쪽)
그렇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우리는 희망을 갖고, 용기를 갖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
몫.
가슴 깊은 곳을 찌른 작품.
교지를 만들던 그들은 글의 진정성 앞에서 대립하게 되고
글로만 떠들 것인지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 몫으로 주어진 삶대로 잘 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 년
정규직과 계약직의 거리.
둘이 오랜 시간 터놓았떤 마음이 있는데,
그런데도 구조가 만든 덫에서 나올 순 없는 거야???
답신
언니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거야?
폭력에 길들여진 거야?
동생한테선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했던 거야?
화가 나지만 언니를 비난할 수 없는 여러 이유를 알아서 슬프다.
파종
상실의 아픔은 덮어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무는 것도 아니다.
파종으로 상실의 아픔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 모녀.
이모에게
나를 키워준 이모는 엄마도 키웠단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므로 자신을 지키는 이모와
자기 상처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상처는 무시하고 별것도 아니라고 얕잡아 보는 편협하고 어두운 인간 (255쪽) 이라고 이모를 몰아쳤지만 결국 자신도 이모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조카.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멀어진 둘째 딸.
아버지 장례식에도 오지 않고, 큰 딸과 사이가 멀어져 회복 불가능 상태.
홍콩까지 와서 딸의 눈치를 보는 엄마는
손자를 통해 사라지지 않는 순간을 경험한다.
사근사근한 딸은 사라졌지만
그 아이에게 기대를 품는 건 사라지지 않은 순간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