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작가주의 색을 가진 만화, 문학의 특성과 구성을 가진 만화라고 보면 된다지만
여전히 나는 만화책과 구분짓는 것이 어렵다.
막연하게 만화책과는 좀 다른 거 같다는 감이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막막하다.
어쨌든 청소년의 학교 생활을 담은 그래픽 노블, 학교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로 출간되어 3편째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이야기.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 문화권마다 가진 묘한 다름은 볼 때마다 신비롭다.
일짱, 정의로움, 의리, 우정, 파티, 무도회, 치어리더.
동양의 정서에 서양의 형식을 입혀 의도적으로 익숙하면서 낯선 공간을 만든 느낌.
문학작품에서 만난 러시아는 이상하게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순둥이 주인공은 순둥이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아이다.
운동부로 좋은 체격을 앞세워 보안관이라 불리며 정의 실현(?)의 선두에 서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서 물러섬이 없다.
그런 아이도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선 말 한 마디 못하니
독자인 아줌마 입장에선 순박한 모습이 너무 이뻐서 웃음이 삐질삐질 흘러나온다. ㅎㅎㅎ
이토록 멋진 캐릭터의 남학생은 표지에 보이는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비현실적 캐릭터는 가라.
현실감 있는 인물은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급상승시킨다.
순둥이 덩치 큰 주인공이 이성에 눈을 떠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교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책, 학교에서 살아남기 3.
요즘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 참 힘들겠단 생각을 자주 한다.
학급 인원이 적다보니 따돌림과 외톨이 문제가 어른들의 생각보다 심각하고
해결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학년이 바뀌는 첫 날이면 함께 밥 먹을 친구 찾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란다.
그러니 학교에서 살아남기란 제목이 과장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 그대로이리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여러 아이들과
제때 개입할 줄 아는 어른들 덕분에 평화로운 학교.
허구의 세계에서라도 아이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그 허구를 통해 아이들이 예의와 평화와 행복을 배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