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표지.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스한 사랑 이야기가 분명해 보이는 그림에
제목도 "우리는 딱이야"라니 안 봐도 뻔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얘기겠거니...... 했는데.
페이지를 열자마자 시작된 반전.
할아버지와 손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 ㅎㅎㅎㅎㅎㅎ
할아버지와 손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민 2세대, 3세대거나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이한 경우에 겪는 어려움인데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진통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선 쉽게 접하게 어려운 상황.
언어가 같아도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
부모, 자식 사이에도 언성 높아지기 일쑤인데
언어가 다른 할아버지와 손자는 무엇 하나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다.
텔레비전조차 맘대로 볼 수 없었던 손자는 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형성된 공감대.
할아버지와 손자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린다.
붓을 이용해 한껏 동양의 선을 자랑하는 할아버지,
펜을 이용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손자.
둘은 그렇게 공동의 적을 무찌른다.
말이 뭐 중요하겠냐.
나이 차이가 뭐 중요하겠냐.
식성이 뭐 중요하겠냐.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목표와, 함께 해내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그만이지.
글이 거의 없는, 정말(?) 그림책이다.
동양 고전의 냄새가 물씬 나서 아주 새로웠고
별다른 사건 없이, 주저리주저리 설명없이,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내용이
주제와 딱 맞아떨어져 마음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저자는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글로벌 시대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문학은 글로벌하지 못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그림을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픈, 우리는 딱이야.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걸 이해하려면 영유아가 읽긴 힘들겠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