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을 한창 읽을 땐 들지 않았던 생각인데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땐 자주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이 읽는 게 좋을까, 어른이 읽는게 좋을까?
이번에도 똑같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이 읽는 게 좋을까 어른이 읽는 게 좋을까.
어린 시절을 지나지 않은 어른은 없지만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내가 무엇때문에 속이 상했고,
내가 무엇때문에 기뻤는지.
반대로 어린 시절을 너무 잘 기억하는 어른은
아이가 나의 어린 시절과 같지 않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어른들의 무심함과 따뜻함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을 그리기만 하는 아이.
'마음을 그리는 아이'는 그림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내는 아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홀리스는 길가에 버려진 아기였다.
버려진 동네가 홀리스여서 이름도 홀리스.
골칫덩이고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라고 타박받지만
위탁가정을 도망치는 것 말고 크게(?) 드러나는 문제는 없다.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 반항처럼 보이고,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위탁가정을 빠져나가 담당자가 골치를 썩는 것 말고는.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는 홀리스.
자신의 마음을 그리는 일 하나로 버티는 삶에 조시 아줌마와 스티븐네 가족이 등장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림에 대한 재능을 알아봐준 스티븐네 가족.
어쩌면 자신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했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마음을 닫고 다시 도망친다.
그리고 만난 조시 아줌마에게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조시 아줌마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버리고, 홀리스는 다시 도망친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그림을 매개로 진행된다.
W (Want, 원하다 / Wish, 소망하다)가 주제인 그림으로 출발해 그림을 통해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고
스티븐 가족에 얽힌 사건은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인터넷 서점 분류에 보니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되어 있던데
저학년이 읽기 쉬운 구성은 아니다.
고학년은 되어야 특유의 추리적 구성과
잔잔하게 전해지는 그들 사이의 따뜻한 마음의 교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
뉴베리상 수상작다운(?) 따뜻한 동화, 마음을 그리는 아이.
아이가 내 예상과 상식을 벗어날 때 화를 내거나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보는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