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의 와세다 대학 근처에 있는 소세키산방 기념관에 들렀습니다.
소세키 서재를 그대로 복원해놓은 것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이곳도 다자이 기념관쳐럼 사진 촬영이 안 되는 곳이 많아 좀 아쉬웠지만 서재랑 몇몇 곳은 찍을 수 있었어요.
소세키산방은 소세키가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신문사에 입사해 세상을 뜰 때까지 약 9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던 집입니다. 그러니까 소세키의 대부분의 대표작은 거의 10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여기서 쓰인 것들입니다.


밖에서 바라본 건물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등신대의 소세키 사진과 소세키산방의 입구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습니다. 지금은 이 입구는 없고 소세키 서재와 일부를 복원해놓았어요.
서재는 사진으로 자주 봤는데 이번에 직접 봐서 참 좋았습니다.
시와서의 <나쓰메 소세키 인생의 이야기> 표지 그림도 소세키가 그린 자신의 서재예요.

이 표지 만들 때 근대문학관에 직접 연락해서 사용 허락을 받았는데 그때 열심히 책 만들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림 속 붉은 테이블이 서재 사진 오른쪽에 보이네요.



<꽃을 묻다>에는 아쿠타가와가 스승의 소세키산방을 추억하며 쓴 수필 2편이 실려 있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글입니다. 이제는 없는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의 마음이 글에서 하나하나 느껴져서 역시 아쿠타가와의 문장은 좋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서재를 보면서 아쿠타가와의 문장을 떠올려봤습니다. 다섯 마리 학이 그려진 붉은 카펫, 서양 서적으로 가득한 책장, 살풍경한 철제 격자문... (아쿠타가와는 선생이 왜 이런 감옥 같은 느낌의 철제문을 달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요).
서재 옆쪽에는 소세키의 인형이 의자에 앉아 있고 툇마루였던 부분을 복원해둔 복도가 나옵니다. 그 툇마루에서 찍은 소세키의 사진도 있어요. 1914년이네요.



이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동선을 따라 검은 고양이가 안내해줍니다. 올라가면 벽면 가득 소세키의 문장이 적힌 판들이 걸려 있어요. 거의 대부분 <소세키의 말>에 제가 실은 문장들이라 반가워서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풀베개>의 유명한 첫 문장이 보여 사진 한 장.

이지로 행동하면 모가 난다. 감정에 이끌리면 휩쓸려간다. 고집을 부리면 갑갑해진다. 어쨌든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기념품이랑 책자를 많이 샀는데 미니 가방이랑 북커버도 샀어요. 일본 문고판을 들고 다닐 때가 많아서 샀는데 천이 탄탄하고 맘에 듭니다. 책을 끼워놓으니 더 예쁘네요.
여기 카페에서 양갱을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어졌나 봐요. 내년에는 다바타에 아쿠타가와 기념관이 지어진다니 기회 되면 가보고 싶습니다.


<꽃을 묻다>에 실린 아쿠타가와의 <소세키산방의 가을>의 한 구절입니다. 서재 사진을 보면서 음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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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판에는 작은 자단 책상이 놓여 있고, 그 책상 맞은편에는 방석이 두 장 겹쳐져 있다. 구리 도장이 한 개, 돌 도장이 두세 개, 펜 접시 대신으로 쓰던 찻잎 스푼, 그 안에 만년필, 그리고 옥으로 만든 문진을 올려놓은 원고지 한 묶음. 책상 위에는 그 밖에 노안경이 놓여 있을 때도 종종 있다. 그 바로 위에는 전등이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다. 옆에는 도자기 화로 위에 쇠 주전자가 벌레 울음소리처럼 보글보글 끓고 있다.
... 그 책상 맞은편, 두 장을 겹쳐 놓은 방석 위에는, 어딘지 모르게 사자를 연상케 하는, 키 작은 반백의 노인이, 때로는 편지 위에 붓을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중국의 시집을 뒤적이면서, 단정히 홀로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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