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문학 기행 2
미타카에 있는 다자이 기념관 중 하나인 다자이 문학살롱입니다.

시티갤러리공간 보다 훨씬 작아서 전시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자이 굿즈도 있고 커피랑 과자를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북카페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다자이 커피랑 <쓰가루> 책 표지 모양의 사과 쿠키랑 연필을 샀습니다. 쓰가루가 사과 산지로 유명하거든요.



이 공간은 그 시절에 다자이의 단골 술 가게였다고 합니다. 술집이 아니라 술을 파는 곳인데 그곳을 개조해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다자이가 살던 집은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데 집 뜰에 심겨 있던 백일홍 나무는 딴 데로 옮겨 심었다고 해요. 그 나무가 다자이 작품 속에 나와서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시티 갤러리도 여기 문학살롱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찾아왔는데, 문학살롱은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문학살롱을 나와서 찾아간 곳은 젠린지라는 절입니다. 이 절은 다자이와 모리 오가이 두 문호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해 문학 애호가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곳이에요.

무덤만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은행나무랑 벚나무 등 고목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역시나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였네요. 마침 바람이 쌩쌩 불어 벚꽃잎이 회오리바람처럼 뱅글뱅글 돌며 날아다니는데 그게 너무 멋져서 입구에서 한참 꽃을 보며 즐겼습니다.


이 날은 살짝 흐려서 무덤이 왠지 더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자이와 아내 미치코의 묘가 오전에 살짝 흩뿌린 비에 젖어 촉촉합니다.

다자이의 기일이 있는 6월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데 이 날도 묘 앞에 꽃이 가득 놓여 있었어요. 다자이가 사랑한 술이랑 앵두가 놓여 있는 게 웃겼습니다.


다자이 묘 바로 맞은편이 모리 오가이의 묘입니다.

다자이가 이 절에 묻히게 된 이유는 다자이가 쓴 소설의 한 구절 때문이에요.
... 근처의 젠린지에 가 본다. 이 절 뒤에는 모리 오가이의 묘가 있다. 어째서 오가이의 묘가 이런 도쿄 미타카에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묘지는 청결해서 오가이 문장의 자취가 남아 있다. 내 더러운 뼈도 이런 깨끗한 묘지 한구석에 묻힐 수 있다면, 사후에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썼을 때는 정말로 오가이 묘 앞에 묻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죠. 왠지 묘한 기분입니다.
외국에서 온 청년 하나가 무척이나 진지하게 서 있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는데 다자이를 너무 좋아해서 찾아왔대요. 자기는 영어로 읽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작년에 처음으로 번역이 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팬들도 많아질 거라면서요. 좀 있다가 소세키 산방 기념관에 간다고 해서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예술이란 이렇게 먼 훗날의, 문화도 정서도 언어도 다른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