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와서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님이 <시를 쓰는 소년>을 읽고 감상을 나눠주셨어요. <소설가의 휴가>도 엄청 기다리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미시마의 글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리뷰가 예리하십니다. 인간의 감춰진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아주 독특한 단편인 자전적 단편 <의자>에 대한 리뷰가 특히 맘에 들어요.
<시를 쓰는 소년>은 시인이 될 수 없었던 미시마의 자전 단편인데 그 무렵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설가의 휴가>에 펼쳐집니다.
읽어주시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독자님의 리뷰입니다.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뜬 것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즉,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 좀 더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소년 역시 비슷한 믿음을 품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몰라.' 이 생각에는 오싹해지는 듯한 무언가가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가 가장 경계한 것은 평범함이다. 시를 쓰는 소년에 실린 여러 단편들은 그 경계심이 어떻게 형성되고 굳어졌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미시마의 미학이 완성되기 이전의 흔적이라기보다 이미 명확했던 방향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 확인하게 하는 단편집에 가깝다.
표제작 시를 쓰는 소년은 어린 시절 미시마의 시론과 천재성, 오만과 동경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전적 작품이다. 그는 시를 통해 특별함을 확인하려 하지만 동경하던 선배 R과의 관계 속에서 문학 속 사랑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과 함께 찾아오는 선배의 이마가 자신의 이마와 닮았다는 인식은 결정적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어왔던 신체적 표식이 타인과 겹쳐지는 순간 그는 삶 속에 섞여 들어온 불순물을 인식한다. 이때의 충돌은 그가 시인이 아닌 소설가로 향하게 되는 내적 분기점처럼 읽힌다. 그는 실러가 아니라 괴테가 될 운명이었다는 문장은 미시마 자신의 방향 감각을 냉소적으로 요약한다.
이어지는 의자에서는 미시마의 사유가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할머니의 집요한 보호 아래서 분리된 공간에 놓인 어린아이와 별채에서 의자에 올라 슬픈 얼굴로 바라보던 어머니 그리고 간호사의 모순된 접촉은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진다. 고통 속에 쾌락이 있고 슬픔 속에 은밀한 기쁨이 숨어 있다는 미시마 특유의 인식이 이 단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그 기쁨이 들킬 수 있다는 자각이다. 그는 기쁨을 숨기기 위해 슬픔까지 함께 감추게 되고 그 결과 남는 것은 감정의 부재다. 어머니가 보기에 사라진 것은 슬픔이었겠지만 실제로 사라진 것은 슬픔과 기쁨 모두였다.
이 단편집에서 아름다움은 구원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과 섞이지 않기 위한 방어선에 가깝다. 미시마에게 평범함은 안식이 아니라 타락이며 감정은 정화되기보다 통제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가 훗날 끝까지 밀고 나가게 될 탐미적 세계관이 이미 이 시점에서 얼마나 또렷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단편이 그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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