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시와서


나는 그 무렵, 실생활에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악덕에 대한 공감과 기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와 그야말로 ‘동침’하고 있었다. 그 어떤 반시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을지라도, 어쨌든 동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1955년이라는 시대, 1954년이라는 시대, 이런 시대와 나는 동침까지는 할 수 없다. 소위 반동기가 찾아온 후로, 나는 시대와 침대를 함께 쓴 기억이 없다.
작가란, 창부처럼 언제나 그 시대와 잠자리를 함께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소설에는 피할 수 없는 ‘그 시대적 유행’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동기에 있는 작가의 고립과 금욕 쪽이 더 큰 소설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는 한 번은 시대와 침대를 함께 쓴 경험을 가져야 하고, 그 기억에 고무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 중에서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