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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이는 창가

 

물을 먹다


1.
 
  돌로 된 것 같은 바닥에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금이 쫙쫙 가 있었다. 그뿐이었다.


2.

  동시 쓰기는 이제 17편에 접어들었다. 이게 하루에 한 편 쓰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밝고 긍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그런 시들은 아니다. 그런 시들을 쓰고 싶지만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힘들고 괴롭고 서늘한 아이의 내면을 탐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업이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 관조의 힘을 갖게 해준다. 이렇게 쓰다 보면 동시집 공모의 요건인 50편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공모전의 심사 위원이 뽑고 싶은 글 사이의 간극을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렇게 계속 써나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난주, 동화 공모전에서 물을 먹었다. 뭐랄까, 그냥 기분이 또 바닥이 된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거지? 물론 내가 동화 작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뭐라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쓴 것이기는 하다.

  가끔은 꿈이라기보다는, 그냥 단 하나의 장면만으로 끝나는 그런 것이 있다. 공모전 발표를 앞두고도 그랬다. 회색의 돌바닥인지, 거기에는 금이 가서 쩍쩍 갈라져 있었다. 아, 떨어졌구나.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이걸 뭐 예지몽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기분 나쁜 일이 생기기 전에는 그런 꿈을 자주 꾸곤 한다.

 
3.

  요새는 일하는 동안 오디오북을 틀어놓는다. 어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 '파이돈'을 5시간 동안 이어서 들었다. 겹치는 이야기가 연달아 나오니까 좀 지루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소크라테스가 영혼에 대해 설파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구나 싶다. 영혼과 사후 세계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보여주는 소크라테스는 윤회 사상도 믿는 듯하다. 살아서 악행을 한 사람은 저급한 동물로 태어난다느니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리스 철학이나 인도의 힌두교, 거기에서 뻗어 나온 불교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는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므로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줄 수 있는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친구와 제자들은 어떻게든 탈옥하라고 했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을 부드럽게 질책한다.  

  뉴스를 보는데, 가슴 아픈 사건이 나왔다. 지역 축제에 자원봉사 하러 갔던 엄마와 중학생 아들이 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60대의 트럭 운전자는 페달 오조작을 인정하고, 구속되었다. 그런 뉴스를 들으면 하루 종일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가져온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대해서 생각한다. 죽은 후의 세계가 있다면, 그 엄마와 아들이 정말로 좋은 곳에 가기를 바랄 뿐이다.

  문득, 나는 사후 세계를 믿는지 생각해 본다. 때로는 천국이 있을 것 같다가, 또 어떤 때는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후 세계에 대한 숙고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흐른다.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그것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 어찌 보면 소박한 꿈 같기도 한데, 이걸 이루는 것이 무척 힘들게 느껴진다.  

  아무튼 또 물을 먹었다. 올해 결과를 확인해야 할 공모전은 이제 3개가 남았다. 해를 넘겨서도 물을 먹을 일이 있을지 모른다. 물 먹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되뇐다. 금이 가서 쩍쩍 갈라진 바닥에 잘박잘박 물이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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