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내 하나 알려드리지
복숭아는 씨앗에서 껍질까지의 거리가
길어야 맛이 좋더군요
큰 복숭아가 좋은 거라는 걸
이상하게 돌려 말하는 복숭아 장사꾼
오늘 먹은 복숭아는 아기 주먹만 했다
복숭아의 씨앗에서 껍질까지
손톱 두 개가 겨우 들어갈까 말까
신맛과 단맛 밍밍한 맛이
한숨을 쉬면서 어우러져
이런 복숭아를 만든 나무에게 저주를
아니지,
씨앗에서 껍질까지의 거리를 늘리지 못하는
더위 먹은 가난을 비난하도록 하지
커다란 복숭아를 먹는 인간들은
시를 쓰지도 못할 것이며
복숭아의 진심에 진입할 수도 없다
얻어맞은 아기 복숭아가 운다
슬프지만 안도하는 심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