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네가 들리지 않는 바다로 간다
이곳의 하늘은 흐리고 눅눅하다
너는 가끔 달팽이를 씹고 우물거렸는데
그 달팽이 하나가 내 손 안에 있다
나는 달팽이를 파도 속에 밀어넣는다
붉은 부리의 갈매기가
너의 달팽이를 삼켜버릴 때
달팽이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모래 속에서 나는 쓰라린 것들을 모은다
부서진 조개껍데기와
푸른 녹이 낀 오래된 동전
불안과 잡동사니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눅진해진 얼굴에서는 쓴맛이 난다
너는 소금의 쓴맛을 모르고 살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시간에 휘어진 등을 살짝 펴본다
각자의 속도로 바람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