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어깨
2년째 어깨가 가렵다
팥알을 반으로 쪼갠 것 같은
작은 알약을 삼킨다
자기 전에 한 알씩
거미줄의 잠이 집을 짓는다
가려움의 기원을 알지 못한다
알고 있지만 침묵하기로 한다
그냥 약을 먹고 웃음을 짓는다
5월, 희끗희끗 지는 철쭉이
나를 닮았다
좋은 시절은 너무나 짧고 아프다
불길하게 늙어버린 여자가
조화(造花) 상자를 들고 간다
신산스러운 삶
여자를 피해서 걷는다
어깨가 가렵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려움은 충분하지 않고
연둣빛 어깨를 사부작사부작 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