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詩人)의 아들
H는 시인의 아들이었다 나는 H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나는 H의 아버지가 쓴 시들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있었다
H야, 그 시에 나오는 아이는 너를 뜻하는 게 맞아?
그건 나도 잘 몰라요 아버지만 아는 거겠죠
느물거리는 말투로 H는 대답했다
H의 아버지는 H와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수로 있었다
나는 H 아버지의 수업을 들으러 갔었다
그런데 시인은 수업 시간에 담배를 너무나 많이 피웠다
나는 30분만 듣다가 가방을 챙겨서 조용히 강의실을 나왔다
H의 아버지는 내가 졸업할 때 축사를 했었다
예술을 하려는 여러분!
절벽에서 뛰어내리십시오
그런 패기가 있어야지만 살아남습니다
이십 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절벽 앞에 서 있다
천 길 낭떠러지 밑에는 시퍼런 강물이 흐르고
밤은 깊어가는데
돌아갈 길이 없다
오늘은 문득 H 생각이 났다
H가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사는지 알 수 없다
H의 아버지는 아직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시간에 담배 피우는 것은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때와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