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별이 보이는 창가
 

부활 성야(復活 聖夜)


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남자의 얼굴
나는 큰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귀신은 말하지 않아요
말을 하는 무언가라면 그게 더 무섭죠
젊은 무당은 그렇게 말한다

화장실 타일의 모서리가 툭, 깨진다
새끼손가락만 한 세월이 목에 콱, 박힌다
이 집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래도 귀신을 본 적은 없었는데

남자의 얼굴은 어두웠고 넙데데했다
나쁜 놈이겠지, 분명
악은 순회하며 곳곳에 누렇게 뜬 자국을 남긴다

공동묘지 옆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집에서 귀신을 자꾸 보다가
결국 못 살겠다 싶어서 이사를 갔어요

오래전, 귀신을 보았다는 어느 여자의 글을 읽고는
나는 도망가지 말아야지 하고는
귀신 퇴치법을 검색한다
가만있자, 오늘은 부활절이군
부활 계란을 삶아야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