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성야(復活 聖夜)
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남자의 얼굴
나는 큰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귀신은 말하지 않아요
말을 하는 무언가라면 그게 더 무섭죠
젊은 무당은 그렇게 말한다
화장실 타일의 모서리가 툭, 깨진다
새끼손가락만 한 세월이 목에 콱, 박힌다
이 집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래도 귀신을 본 적은 없었는데
남자의 얼굴은 어두웠고 넙데데했다
나쁜 놈이겠지, 분명
악은 순회하며 곳곳에 누렇게 뜬 자국을 남긴다
공동묘지 옆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집에서 귀신을 자꾸 보다가
결국 못 살겠다 싶어서 이사를 갔어요
오래전, 귀신을 보았다는 어느 여자의 글을 읽고는
나는 도망가지 말아야지 하고는
귀신 퇴치법을 검색한다
가만있자, 오늘은 부활절이군
부활 계란을 삶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