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앱에서 길을 잃다
최근 들어서 좀 심해진 습관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쇼핑몰 앱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전에는
뭔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앱에 접속해서 구매를 했는데,
이제는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쇼핑몰 앱에 들어가 본다
특가로 나온 상품이나 기한이 임박해서 싸게 나온 상품을
보면 저걸 사야 할까, 잠깐 생각해 본다 그래서 사게 된 것들은
정말로 필요한 것들과는 좀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오렌지잼과
새로 나온 홍차 같은 것이다 오렌지잼은 사놓고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았다 홍차 티백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차 맛이 좋았다
뭐랄까, 일단 사놓고 그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셈인데 이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인지 아니면 작은 소비를 통해 골치 아픈
고민에서 주기적으로 도피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곤 한다
물론 크게 값나가는 물건을 산 적은 없다 잼이나 홍차같이
확실히 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추리닝처럼 손쉽게 입을 수
있는 옷 같은 것, 주방 세제처럼 조만간 쓰게 될 물건 같은 것
꽤 비싼 물건을 충동적으로 샀다면 후회하겠지만, 이런저런
생필품을 사다 놓는 것이라 과소비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쇼핑몰 앱에 접속해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랄지, 시간 낭비에 대한 나름의 죄책감이 그냥
허물어져 버린 느낌이 든다 어쩔 때는 그냥 하릴없이
쇼핑몰 앱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서 머물러 있을 때가
있다 뭔가를 사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삶에 대한 어떤 허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부터 마냥 도피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지난 새벽에 꾼 꿈에는 집안 가득
빨랫감이 쌓여있었다 빨랫감은 천장 높이까지 그득그득했다
문득, 꿈은 가장 정확한 안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많은 빨래를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갈수록
쇼핑몰 앱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빨랫감은 계속 더 쌓이겠지, 나는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