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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것은 차이를 아는 것이다.

p8

 때로는 틀리고 실수하면 어떤가. 중요한 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자기 신뢰가 삶의 뿌리가 되는 한, 우리에겐 틀려도 좋은 자유가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향해 '당신은 틀렸어'라고 단정 짓는 것이야말로 틀린 것이다. 완전히 맞고 완전히 틀린 삶이 없는 한,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다정하고 유연한 시선을 건네고 싶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이 누려야 할 '틀려도 좋은 자유'다.

p16

 세월이 켜켜이 쌓인 파리 골목길은 '길을 잃어야만 길을 찾는다'는 나의 믿음을 실현한 꿈의 공간이었다. 애초에 길을 정하고 나서지 않았기에 길을 잃을 것도 없었다. 매 순간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ㄴ 것, 그것이 그날의 행운이었다. 그렇게 걷다가 들른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일상을 다시 시작할 용기와 힘을 주었다.

p23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험을 멈추지 않는 것, 나아가 그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삶은 언제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

p24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한 삶. 그 카오스를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고대 그리스 회의론자들은 에포케epoche 즉, 판단중지를 강조했다. 모든 것은 좋다 나쁘다를 한 번에 판단해서는 안되며, 있다 없다를 보이는 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기 시작한 '메타인지와 맥락적 사고'다. "전체를 훤히 내려다보지 못하는 이상, 이 길들이 셀 수 없이 많은지 아니면 단 하나에 불과한지 확인한 길이 없다."이렇게 말한 카프카 역시 판단 유보에 자신을 맡긴 듯하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불교에서는 '번뇌즉보리 생사즉열반'이라고 하는데, 번뇌가 바로 깨달음이고 태어나 죽는 것이 곧 해탈이라는 뜻이다.

p27

 요즘 신경과학자들의 강연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마음과 감정'이 건강한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소통'은 운명이다. 우리는 소통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와 타인, 그리고 시대와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위트와 순발력의 선율이 지속되도록 반복되는 일상을 손님처럼 맞이하고 '다양한 시선'이라는 악기로 즉흥연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 이라는 스탠리 휘트니의 말은 '경계 없음의 시대'를 겨냥한 재즈적 표상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필요한 것은 세상을 향해 자유롭게 열려 있는 재즈의 정신이다. 즉흥연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p30

 스캔은 사진, 문서를 복사해서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거나 프로그램의 내부를 검색해 필요한 항목을 찾는 것을 뜻하지만 동사로는 '무엇을 유심히 살피다'라는 의미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바디스캔 명상은 마치 스캐너로 스캔하듯이 각 신체의 부분을 집중해서 관찰하며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명상이다.

 알아차림은 다시 명확하게 보는 것이다. 스캔과 알아차림은 그대로 살피고 느낀다는 의미에서 많이 닮았다. 바디 스캔은 단순히 몸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일치시켜서 열려 있는 감각으로 '완전히 깨어남'이며, 내 몸의 감각을 세밀하게 느끼고 이완시킴으로써 몸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눈을 감고 신체의 각 부분에 조용히 머물며 집중하다 보면 긴장된 곳이 느껴지는데 그곳에 바로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음으로 몸을 수용하는 순간, 호흡은 부드러워지고 억눌린 감정들이 고요해지며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p45

...사진가의 보는 방식은 주제 선택에 반영된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 또한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p51

 하지만 "인생이 어떻든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했던 그녀의 선언은 지금도 여전히 재생되고 있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두를 필요도 반짝일 필요도 없이, 오직 자신으로 살았던 울프의 삶 또한 재생될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가는 게 어려워진 세상이라면 더더욱.

p58

 재즈에는 왜 즉흥연주가 중요한가요?

재즈에서 즉흥연주는 악보 속 테마에 대한 연주자 고유의 해석이자 의견입니다. 

때로는 질서를 깨는 듯하지만, 전체적인 개연성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남과 다른 나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재즈의 핵심입니다.

p79

 ...연암의 풍자가 남을 조롱하는 데 있지 않고 공감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려 했던 것처럼, 패츠의 풍자는 흑인 연주자로서 겪는 사회적 제약에서 발현된 생존의 예술이었다. 그들이 추구한 웃음은 단순한 농담이 아닌 가장 세련된 방식의 저항이었다.

 실학자 이전에 사는 방식을 예술로 만든 사람이 연암이었다면, 흥겨운 연주로 관객을 즐겁게 한 패츠월러는 삶의 고통을 유쾌한 리듬으로 살아낸 사람이다. 왼손의 규칙과 오른손의 즉흥은 전통 질서에서 개인의 자유를 추구했던 패츠의 삶이자 연암의 삶이었다. 이들은 모두 경직된 질서를 가장 자유롭게 해석한 천재들이기에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p86

 빠르고 간단한 것, 바로 결과나 반응을 알 수 있는 것에 익숙해진 삶. 이제 다시 비워낼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상상력도 활기를 잃었다. 프루스트가 과제로 삼았던 '삶에서 마주쳤던 사물들에 충실하기'를 삶에 적용할 시간이다. 다행히 연습할 때의 집중력은 그대로다. 비법은 하나다. 매번 연습한 그 음을 처음 부르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그러면 천 번을 노래해도 지루하지 않다.

p103

 지루함의 한계를 견뎌내는 건 사물이 아닌 시간에 대한 '응시'다. 에릭 사티는 우리가 <짜증>을 감상하지 않고 그저 응시하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밀어내고 싶어 하는 지루함, 짜증, 권태는 에릭 사티의 독특한 풍자와 역설이 담긴 작품을 통해 우아함, 부드러움, 친밀함으로 환원된다.

p106

무엇인가를 시도할 계획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시작되는 그의 시는 삶에 대한 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는 또 끝까지 가기 위해서 '고립'은 선물이라며 위로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하고, 하고, 하라.

또 하라 끝까지, 끝까지 하라. 너는 마침내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니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멋진 싸움이다.

p108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 정신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실패에 초연하는 자세, 삶의 고통을 마주하는 능력, 진실을 향한 갈구, 글쓰기와의 투쟁, 담담한 낙관주의,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 현실에 대한 비판, 인생의 공허함에 대한 통찰력, 어딘가에 늘 한줄기 빛이 있다는 희망, 머지 않은 소통과 조화......그의 시와 소설과 산문은 결코 재즈가 아니다. 컨템포러리한 삶에서 보여준 모든 삶의 양식, 그것이 재즈다.

p125

 바흐음악은 뇌에 안정감을 주고 반복적이고 질서 있는 구조로 인해 불만, 스트레스, 과잉 자극을 줄이며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흐의 곡은 복잡하지만 대위법적 구성이 많아서 뇌의 좌우 반구를 동시에 자극함으로써 집중력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꾸준히 듣다 보면 창의력이 증진되고 문제 해결 능력이 개선되는데 이것이 일명 '바흐 효과'다.

p143

 ..."좋은 재즈 청취자는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들의 즉흥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순간을 목격하는 존재이며, 재즈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를 실천하는 윤리적 행위다. 연주자와 청중의 관계 또한 윤리적 듣기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재즈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듣는 것, 그러나 그 순간을 오롯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연주를 통해 실존적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이것이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와의 관계를 실천하는 '진정한 듣기, 공감적 경청'이다.

 말이 빠른 것은 마음이 급하기 대문이다. 말이 빠르니 발음이 불분명해지고,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니 말소리가 커진다. 말소리가 커지면 신경도 예민해진다. 편안하지 않은 상태가 되면 대화의 포인트를 놓친다.

p177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블루노트'이다. 장음계의 음을 반음 낮추어 연주하는 것이다. 반음과 온음 사이의 미묘한 음색은 인간의 감정(슬픔, 희망, 긴장, 해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재즈에서의 반음은 서사적 장치로서 음과 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같은 멜로디라도 반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세 음악에서 '질서의 균열'을 의미했던 반음이 재즈에서는 '인간 내면의 혼란과 해방'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다. 거대한 우주적 질서가 아닌 개인의 자유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재즈에서 불협화음으로 쓰인 반음은 내밀한 개인성을 나타낸다. 중세 음악이 추구한 구조와 질서가 '선명함의 세계'라면, 재즈의 본질인 즉흥과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흐릿함의 세계'다. 이것은 표현의 유동성을 의미한다. 미세한 음정 변화는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낳는다. 반음이 중세 음악에서는 경계로, 재즈에서는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애매한 음으로 들리는 이 흐릿함은 인상주의가 표현했던 것처럼 '의도된 흐릿함'이다.

p189

촬영이 혐오스럽게 느껴지고 수많은 장애물 앞에서 지치고 무기력해진 최근의 끔직한 나날들도 내 작업 방식의 일부를 이룬다.

p196

"신화란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믿는 것이다. 그러니 신화 없이 또는 신화에 속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예외적이다.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과거나 선조들의 삶 또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 뿌리가 없는 사람이다."

p212

...알렉산더 테크닉에 중요한 것은 판단하지 않기와 하지 않기, 자제하기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스스로를 치유할 힘이 생기기 때문에 예술 분야나 스포츠 외에도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p262

즉흥ㅇ은 지나온 것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미리 염려하지 않으므로 

지금 여기 이 순간야말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결심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한걸음도 허투루 내딛지 않겠다고

하루에 한 번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그리고 모든 사물에 나만의 이름을 지어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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