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온 날은 비가 올 것같은 날이었다.
엎드려 조금씩 읽고 있는데, 중반에 이르러
잘 읽히지가 않았다. 몸도 힘들고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쏴아아아...
자고있는데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에 신경쓰여 새벽에 살짝 눈을 떠보니
읽다 놓았던 책위에 매끄러운 피부의 확실한
두꺼비가 있었다.
'꽤애액...'
등판에는 무수한 점박이와 만지면 미끌미끌한 피부를
가진 두꺼비가 나지막히 말을 걸어왔다.'꽤애액...'
두꺼비가 꽈리를 틀고 있는 책은 축축하게 물이 적셔져있었다.
저 놈이 어디서 왔을까.
"미안, 먼저 다 읽어버렸는데"
응? 그런거야 상관 없다고 말했다.
"세상이 참 빨리 변하는거 같아."
두꺼비는 능청스럽게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소주병의 당당한 모델이었어.
모두가 독한 소주를 마시던 시절이었지.
헝그리 정신으로 막소주를 먹던 시절이었어.
오늘 주종은 두꺼비라면 대학생들이 무서워할정도였지.
독두꺼비의 입김처럼 그 당시의 소주는 알콜향이 싸아
하게 났었으니까 말야.
그런데, 세상이 급변하더라고.
어느샌가 독한 소주는 인기가 사라지고
소주 회사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도수가 약한
소주를 만들기 시작했지. 그리고,
내 대신 대나무가 그려진 소주가 나오기 시작했지.
짤린거지. 내가 팔아준게 얼만데.XX"
이 자식 소주 한잔 하고 온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한 숨을 내쉬더니 계속 이야기 했다.
"내가 살고있던 두꺼비집도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 간다. 두꺼비집만큼 가정에서
중요한게 또 어디있냐말이지. 너 휴즈 갈아본적 있냐?"
그래도, 두꺼비집이라면 모래사장에 많이 있지
않냐고 말을 해줄려다가 녀석이 너무 심각해서 참았다.
이 녀석은 비에 젖어 소주 한 잔 마시며 우울하게
과거를 회상하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각한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물었다.
그건 그렇고 말야, 그 책은 어때?
"이 책? 흠, 넌 말야.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면
몇 곡이상이 좋아야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다니 예사롭지 않은 놈이다.
흠. 보통 3곡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난 2곡만 좋아도 본전 건진다고 봐.
어차피 좋은 노래 2개만 계속 들어도 되잖아."
두꺼비의 계산은 수수께끼같이 알 수 없었다.
녀석은 그딴소리를 하고는 말없이
수채구멍으로 사라졌다.
이 자식아,
너 땜에 책 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