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하고 소중한 박완서 에세이
심미안 2021/03/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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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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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7
- : 17,182
2021.3.27. 토요일 am 4:30
<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에세이/ 세계사/ 2020
-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한 아름다운 것들-
어젠 낭독 모임의 책이 박완서의 에세이집<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였다. 박완서씨가 돌아가신지 십 년이 되어서 660개 수필 중에서 35개를 골라서 출판했다. 세계사 출판사가 박완서 작가의 책들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어제 마을도서관에 가서 찾으니 박완서 책들이 제일 윗칸에 있어서 <나목> <엄마의 말뚝>을 빌려 왔다.
박완서씨는 마흔에 여성 동아에 <나목>이 당선 되어 50만원 상금을 받고 소설가로 데뷔를 하셨다. 단편적으로 쓰인 에세이로 그녀의 삶을 엿볼 수가 있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그녀에겐 가장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우울도 겪었고 남편도 떠나 보내면서 인간적인 아픔들, 손자 손녀들을 통해서 얻는 기쁨들을 책을 읽으면서 알 수가 있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갖고 글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쓰는 그녀의 매력이다. 소설도 경험한 일들을 상기 해서 덧붙여서 적어서 그 당시의 삶을 알 수가 있다. 1931년 생이시니 대학 입학하고 전쟁을 겪은 얘기들은 소설의 소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뽑은 에세이는 마음이 낸 길, 꿈을 꿀 희망,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사랑의 행로, 환하고도 슬픈 얼굴, 이왕이면 해피엔드 여섯 주제로 나누어 글을 정갈하게 나누어 실었다. 각 제목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글에 담긴 솔직함과 편안하게 읽으면서 마치 가까이서 얘기를 들려 주는 듯 가독성이 좋았다.
집 근처 산을 오르는 즐거움에서 열쇠를 잃어버려서 땅만 보고 찾다가 어느 날 나무에 걸린 열쇠를 발견했다. 그 소제의 제목을 <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으로 하면서 그 산길을 공유하는 사람의 친절함을 말한다. “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떄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p.15)
지하철 안에서 생긴 일도 내밀한 자신의 감정들 흐름을 잘 표현 했다. 뚱뚱한 남자가 옆 자리에 앉아서 기분이 나빴는데 창이 넓은 모자를 든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앉았는데 보니 만삭에 아이까지 가진 부인이어서 그 남자에 대한 반전을 주었다. 세상이 자신보다 착해 보이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했다. 작가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와 글로 쓰는 표현들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십 대의 비 오는 날’ 은 네 가지 소제로 마치 단편 소설 읽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소설가라서 에세이도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재미가 있다. 비 오는 날에 떠오른 생각들을 통해서 그 당시 버스 안내양이 있었던 일, 삼등칸 열차 안의 모습들, 철거 되는 건물에 대한 안타까움, 그 위에 들어선 아파트들을 통해서 사십 년 전의 생활들을 알 수가 있었다.
할머니가 손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가서 느끼는 점들은 나도 비슷하게 경험하기에 공감이 갔다. 요즘 아이들이 집이 없는 것처럼 밖에서 방황하고 전화하는 것을 엿들으면서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님을 꾸짖고 있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공중 전화 앞에서 줄을 서서 손자에게 선물을 묻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딸들을 결혼시킬 때 보통사람이면 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의 기준이 주관적이고 쉽지 않음을 말한다. 신문사에서 뽑은 보통 사람과 자신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결국은 뿔만 안 달리면 보통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기분이 다르다 보니 보통이란 말에 묘한 잣대들을 어디에 들고 사는지 궁금 해 진다. 낭독 후에 얘기 나눔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나이 오십에 우연히 택시를 타고서 소녀 적 살던 한옥을 지나면서 여고생들을 보며 옛생각을 하면서 센티 해진 얘기를 한다. 꿈을 꾸던 아이적 생각들을 하면서 다시 현실로 와서 꿈을 꿀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나도 아직 꿈을 꾸기에 이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 언덕 방은 내 방’은 읽으면서 힘들 때 찾아가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이해인 수녀님이 계신 베네딕도 수녀원에 있는 방 얘기다, 그곳이 고향처럼 편안한 곳이 된 사연은 아들을 잃은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가 가장 힘든 시기에 찾았던 곳에서 홀로서기를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곳 자연에서 휴식을 얻은 언덕 방을 나도 가보고 싶다.
“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예수님은 말씀 하셨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말씀 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너희를 모두모두 행복하라는 말씀과 다름 없을 것입니다” (p.140) 행복하게 사는 법의 마지막 구절이다. 행복을 느끼는 일도 재능이라는 말에 공감을 한다. 자주 자주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다면 복 받은 인생이다. 사랑 받은 기억들, 그녀가 조부모님에게 받았던 어릴적 사랑들이 그녀의 풍성한 내면 세계를 만들어 주었다.
외손자의 민들레 꽃을 선물 받고 행복 해 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할머니의 사랑도 볼 수가 있다. 육십이 넘어서 글을 쓰시면서 삶을 풍성하게 사신 박완서 소설가가 부럽다. 과연 난 그런 행복을 가질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젠 성인이고 각자 나가서 살고 있지만, 결혼은 멀었다. 요즘은 취직도 결혼도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그녀가 자식을 키운 교육관도 엿볼 수가 있었다. 딸 넷을 키우면서 예체능을 시키진 않았지만, 각자 잘 자라서 사람 됨됨이가 좋은 분들로 따님도 책을 내셨다고 한다. 들국화 꽃을 선물하고 소망을 품은 자식들의 사랑을 느끼는 글도 좋았다.
그녀가 기억하는 일들을 통해서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느낌도 들었다. 창시개명에 대한 얘기도 신여성이 되라는 어머니의 소망들도 그녀의 삶을 이루고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지만, 이렇게 그녀의 삶과 생각을 마주하는 책을 읽으면서 글이 건네는 시간의 공유를 새삼 느낀다. 요즘 고전을 읽으면서 느끼던 감정과는 다르지만, 이 책도 몇백 년 후에 누군가의 손에서 읽혀질까 궁금 해 진다. 그런다면 그녀의 책들은 고전이 되는 것이리라…
‘중년 여인의 허기증’ 마흔이 되어서 글을 쓴 작가가 어떻게 글을 썼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자식들과 남편이 집안 일만 하다가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되니 좋아했다. 그녀가 엎드려서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술술 쓰지는 그 일을 여왕 팔자와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니 글을 쓰면서 행복한 그녀의 글쓰기가 부럽다. “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p.221) 그녀의 소망은 분명히 이루어졌다. 그녀가 쓴 글을 읽으면서 그런 맘이 든다.
‘ 때로는 죽음도 희망이 된다’ 의 글에선 숙연한 느낌과 그녀의 아픔이 전해졌다. 아들을 잃자 따라 죽고 싶었다! 그 고통스런 시간을 통과 하면서 그녀는 삶을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하고 죽음의 원동력을 통해서 이 세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p.264)
작가가 죽음을 맞는 그 때가 가을이길 바라면서 쓴 마지막 부분에선 마음이 울컥한다. 미리 자신의 죽을 날을 그려 보고 있었다. ‘가을과 함께 곱게 쇠진하고 싶다.’ 그 말에 나도 나의 마지막을 그려 본다. 죽음을 생각하는 삶! 오늘 주어진 하루를 알차고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마지막 문장들은 적어 보고 싶다.
“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 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 빛, 이런 것들을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두고 싶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고 싶다,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어 오는 사람으로서도 아니고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도 아니고, 그냥 남자로서 사랑하고 싶다. 태초의 남녀 같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p.280)
삶의 소중함과 곁에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통해서 모래 한 알의 진실이 우주처럼 커다란 사랑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읽으려 한다. 작가에 대한 생각들을 알고 소설을 읽으면 횡간을 읽을 수가 있다. 작가의 삶을 내 삶에 살포시 덮으면서 그녀의 글 쓰는 방법과 표현법 등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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