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를 모르는 것이다.
자기 이외의 인간의 옷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 개면서
작은 희망과 목표를 찾으며
그럭저럭 생활을 유지하는
그런 필사적인 불모와는 무관한...(106)
쓰나미가 휩쓸고 간 마을...
살아남은 사람들의 내면에 새겨진 빛은 너무 복잡다단했다.
미하마 섬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
밤의 숲에서 떨어져 쌓이는 동백꽃...(7)
이 아름다운 동백, 일본어라 쓰바키...는 이 소설에서 세 번 조명된다.
아름답던 꽃이,
딸의 이름으로,
또 한번은 '까메리아 마루'라는 배 이름으로...
마치 소리도 감정도 다 빨아들이는 동굴과 살아가는 듯한 기분.(110)
그 동굴은 비밀을 안고 있다.
나는 그릇되지 않았다.
그릇됨 없이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살아남게 했다.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폭력을 휘두른 일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모든 비밀을 가슴에 담고...(264)
동백의 붉은 빛은 화려함보다는 검은 빛을 안고 있다.
그래서 깊어 보이지만,
그 어두운 검은 빛 속을 보는 일은 자못 두려운 것이다.
삶의 의미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