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등산을 간다.
산 여자가 되어서...
이런 저런 사람도 만나고,
며칠간을 혼자서 걷는다.
소리없는 세계의 담 위를 걷는 것 같다고나 할까.
상상할 수 없을 만큽 아름다운 광경을 계속 보고 있다는 행복감과
몸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적막감.
이 두 감정이 한류와 난류처럼 교차한다.(34)
일본의 북알프스는 아름답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렇다.
그곳을 걷는다.
위험한 순간들도 있지만, 멋지다.
그 아이...
마치 목이 아플 때 수증기를 내뿜는 가습기처럼 손을 뻗어주곤 했어.(75)
아, 아름다운 사이다.
그런데, 그 사이가 돌연, 단절된다.
그래서 더 아프다.
등산가는 친구에게 '못 돌아오면 새해 입었던 그 코트, 나 줘야 해.' 라고 말해 놓고, 먼저 갔다.
부편집장이라는 것도 어정쩡한 불편한 입장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부'자가 떨어지자 다른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아래서 위를 보고 한심해하거나 분노하며 부들부들 떨 때가 그립다.
위에 곤란한 사람이 있는 것도 싫지만 위에 있는 것도 힘들다.
약한 펀치를 계속 맏는 것처럼 충격이 온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해버리는 게 훨씬 낫겠다, 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을 키우는 데는 기다리는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위에 설 수 있다, 라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힘들다.(115)
관리자가 되면 그런 느낌을 갖는다.
답답함이 힘들다.
잊고 어디론가 갈 곳이 필요하다. 세상이 그렇다.
산이든, 게임이든, 술이든...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헤매고 있는 곳에서 옆으로 조금 벗어나 본다.(123)
그런 것이 길이기도 하지만, 길을 잃고 조난당할 수도 있다.
뭐, 삶 자체가 그렇다.
이 사람, 산에 가는데 꼭 얇은 책 세 권을 챙겨 간다.
어떤 때는 기차에서 읽고, 어떤 때는 그냥 가져 온다.
옛날에 읽은 책은
옛날 공기를 가지고 있다.(133)
책을 가지고 오세요?
책이 없으면 마음이 안정이 안 돼요.
그래도 무겁잖아요.
마음의 안정을 대신할 순 없죠.(163)
산 여자가 바다로 한 번 갔다.
작가의 미스테이크다.
팔라우에서는 벤또(도시락)도, 고이비또(연인)도, 아지다이조부(맛있다)도, 쓰카레나오스(피로가 풀리는 - 차)도 있다.
2차 대전의 흔적이다.
작가는 그게 재미있었나보다.
피해자에게는 치욕적이고 치떨리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인데...
바다는 안 갔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