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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심심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 10,800원 (10%600)
  • 2007-09-18
  • : 7,771

 처음 시작하는 'Radio Heaven'이라는 글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마치 이제 막 여행을 떠날 사람이 나인 듯, 라디오 방송에 우연히 출연한 사람이 나인 듯 덩달아 들뜨고 신나는 기분이었기에.
 
 이 책은 내가 한창 공부를 해야했을 때 읽게 되었다. 여행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원래 시험기간에는 방청소마저도 즐거운 놀이이듯, 집중해야만 했던 대상에서 탈피하고픈 심리가 작용해 이 책에 푹- 빠졌고, 어느덧 나는 지금 방학 때마다 여행지를 물색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특별해. 담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서, 나에게 올 편지도 없지만 매일 확인하는 우체통에서, 나보다 더 큰 쇼핑센터의 카트를 밀면서, 싸늘한 밤 벽난로에 쓸데없이 종이들이나 태우고 고양이 먹이를 주면서,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듬뿍 쏟아지는 뒷마당 테이블에서, 소소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기분을 느끼지.  (p.35)  


 매일 집에 틀어박혀 있던 당시 나의 일상에 여행의 꿈을 안겨줬던 고마운 책. 나도 언젠가 이 기나긴 시간을 보낸 후 '소소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길 위에서, 내가 얼마나 무작정, 어리석게 떠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는 쉽지 않았고, 그냥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무엇보다 자존심 문제였다.
그래서 그랬다.
'내가 떠나올 때 가졌던 용기만큼만 여행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든 여행의 끝에 가 있을 테니.'  (p.21)

 
 저자의 미국에서의 여정, 한국에서 아무런 계획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떠난 여행에서의 심리 또한 당시의 나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했다. 멀쩡히 잘 다니던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하고, 다시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만류했다. 또 격려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를 격려하는 가면 속의 비웃음을 느끼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나는 성공해야만 했다. 그것은 '자존심 문제'였다. 내가 뛰쳐나온 곳의 사람들에게, 넌 못 할 거라며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나는 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것이 내겐 부담이었고, 그로인해 많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떠나올 때 가졌던 용기만큼' 노력하기로 마음 먹었고,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난 볼륨을 조금 키우고 마지막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얼마 후 차 안에는 내가 내뿜은 담배연기와 이 노래가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이대로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이 노래를 틀었다. 그러자 곧 담배가 다 타버렸더. 노래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그날 밤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했던 건, 노래의 길이와 담배가 줄어드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이 노래의 길이가 담배를 한 대 피우는 시간과 딱 맞아떨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오늘 하루가 완벽할 텐데……'  (p.305) 
 

 사실 저자 김동영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생선작가 김동영이 좋아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잘 샀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인 것 같아 부러웠고,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박수쳐주고 싶었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듯한 이 사람의 일상도 과연 멋있을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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