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 <반딧불의 묘>가 생각나는 조금은 마음 불편한 책?
40자평을 쓰라면 위와 같겠다.
이 책이 집안을 굴러다닌지는 꽤 되었는데 영 손에 잡히질 않았다.
인쇄물에서 오자만 발견되도 신경이 쓰이는 편인데
후루룩 둘러보니 이 책은 글자에 너무 장난을 쳐놓았던 것.
그런데 아는 이가 너무 좋았다고 하길래..그래? 하며 읽기 시작했다.
책은 잘 읽히더라 술술..
몽롱한 분위기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구조는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도 생각나고...
책을 읽을때 보통 저자와 역자약력, 그리고 판권과 서문, 역자의 후기 등과 목차부터 훑고
본문에 돌입하는데 911 사건을 전후로 세계가 나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역자의 말부터 찜찜하기 시작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비극적인 사건이었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한 일도 세계 곳곳에서 예전에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다들 반응이 좀 더 거센 이유가 항상 거슬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삐딱한 시선으로 시작을 하였으니
책에 대한 저호감으로 이런 저런 꼬투리만 눈에 보였다.
미국에서 그렇게 극찬을 받은 이유도 다 한 가지로만 생각되고..
그런데 종반에 이르러 오스카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책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줄어들었다.
오스카의 그 행동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으니까.
그 순간 나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테니깐.
그 장면을 읽는 동안에 나는 온전히 오스카가 될 수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고로 아빠를 잃고
그리워하는 아홉살 소년 오스카.
그러나 다 읽고난 지금 다시 머리가 복잡하다.
어쩌면 이런 책과 <반딧불의 묘>와 같은 애니 등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문화의 영향력과 파급속도가 어느때보다 크고 빠른 요즈음,
더군다나 문화강대국인 나라에서 저런 문화상품을 내 놓으면
동시속도로 퍼지는 요즈음,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고 저런 애니를 보면서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어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현실을 판단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판단아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취향과 의견, 가치관 역시 느끼지만 못할뿐이지
주위의 사람과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은 역사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희생된
인간 개인의 상처를 그리고자는 생각으로 썼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는 듯 장면이 눈에 선명히 그려지는
잘 쓰여진 소설 한편 이었던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냥 편안히 읽고 감동만 받기에는
내겐 조금 불편한 소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