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 사건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글쓰기 방식이 이미 진부한 공식으로 굳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낙인에 맞서려는 시도가 도리어 또 다른 낙인을 만들어내고, 결국 한 인간을 납작한 존재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0
범죄자에 대해 서술하다보면 외부에서 제기되는 두 가지 상반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개인의 타락을 추궁하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무관심과 착취를 지적하는 시선이다.- P55
인생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그 물음표는 인간의 굴곡진 삶과 선택을 하나로 꿰어낸다. 우리가 기꺼이 이 굽이진 길을 따라가본다면, 그 끝에서 운명과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P56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늘 배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배신이란 꼭 배우자의 외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어떤 기대와 신뢰가 외면당하고 방기되는일을 뜻하기도 한다.- P67
하지만 한 여성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정면으로 마주한 끝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경험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 심지어 사회 구조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 곧 타인의 사고방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타인의 선택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