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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미제 살인사건을 품고 있다. 더구나 범인이다 싶은 사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형사의 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자책과 망자에 대한 인간적 안쓰러움이 겹쳐 있고, 현장의 사진과 영상, 유가족의 울음은 불시에 불쑥불쑥 덮쳐온다.- P100
 여경이 배치받으면 어찌 그리 다들 관심이 많은지, 형사기동대 차로 운전 연습을 하더라, 서툰 것이 너무 많다 등등 온갖 구설들이 퍼졌다. 마치 자신들에게는 처음이 없었던 것처럼, 여경이 형사가 되어 겪는 모든 실수와 좌충우돌이 모두 성별 때문인 것처럼.- P106
살다보면 안다. 믿을 만해서 믿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믿고 싶었던 그때의 내 마음이 기꺼이 믿어버린 것임을.- P117
자살 현장은 수십 수백 번을 봐도 담대해지기 어려울 정도로 매번 내상이 크다. 살인사건 현장보다 도리어 더 많은 영상이 각인될 때도 있다. 인간의 유약함, 환경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는 한계, 그로 인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죄와 벌을 직시하게 되기 때문일까. 타인이 내게 주는 고통도 무섭지만, 스스로 벌하고 단죄하는 고통이 더 처절해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P122
나는 사기범을 가장 싫어한다.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자가 사람의 마음에 있는 믿음을 살해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더불어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 사람에게 평생 사람을 못 믿게 하는 상처를 남기는 죄이다. 사기범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 한 사람에게만 그치지 않고 한 가족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기 피해로 감당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은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조차 상실하게 하고, 이로 인해 피폐해진 마음이 가족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경우도 봤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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