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구상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대체하는 것이자 21세기판 탈아입구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 견제와 미·일 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P260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2010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사용하기도 했으나 이를 가다듬어 지역 전략으로 발전시킨 것은 아베의 일본이었다.- P261
인도-태평양 구상은 일본의 ‘남진정책‘의 의미가 있다. 아시아 전략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면서 일본 외교의 ‘생존 공간Lebensraum‘을 인도양-태평양의 인도,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미·중 대립 속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일본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절대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동아시아 개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자 인도양으로 전략적 공간을 확장하고, 인도를 미·일 동맹 중심의 지역질서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P263
인도-태평양은 아시아의 범주를 밖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역내 국가인 중국 견제의 의도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확장‘을 가장한 ‘아시아의 분리‘로 볼 수 있다. 5 동아시아 공동체 핵심 구성국인 한국과 중국의 비중은 인도-태평양 구상에선 자연히 축소된다.- P263
다시 말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대체된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 경쟁 구도의 형성은 물론 주변국과의 갈등적 상호작용이 깔려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P59
시라이는 일본이 패전을 부인함으로써 영원한 패전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냉전 기지로서 종속되는 대신 식민 지배와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사죄와 책임은 회피했다. 천황과 지도부가 전쟁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만들어진 ‘무책임의 체계‘와 대미 종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속패전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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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이 패전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승국 미국에 복종하고 있는 상황을 ‘영속 패전 체제‘로 규정한다. 영속패전 체제의 핵심 구조는 패배의 부인과 대미 종속이다.- P270
시라이는 300만이 넘는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킨 국가의 존망이 걸린 패전이었음에도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었던 전쟁 책임자들의 ‘체제, 그자체의 퇴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고 비판한다. 패전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과오가 반복되는 것이다.- P271
인도-태평양 전략을 윤석열 정부가 수용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은 북·중·러의 최전선인 한국이 기지 국가인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역내 자율성 확보라는 일본의 전략은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표출되고 있다.-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