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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전공투 투쟁에서 1972년 아사마 산장 사건으로 ‘정치의 계절‘이 종언을 고한 이후의 일본은 ‘공동의 시대‘ 혹은 ‘아버지 부재‘(중심이념의 부재) 시대가 펼쳐졌다. ‘사회혁명‘ 같은 거대 서사(커다란 한 방)가 사라진 일본에서 서브컬처, 특히 만화가 제공하는 핵전쟁과 세계종말의 상상력에 맡긴 채 소비사회의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은 냉전이 맥없이 붕괴된 상황에 허탈감을 안게 된다. 이 공허함을 파고든 것이 1990년대 전반 번성했던 옴진리교 등 신흥 종교가 제공하는 ‘가짜 서사였다. 서브컬처 영향이 강한 세대에게 옴진리교의 세계관은 친숙했다.(중략) 옴진리교가 설파하는 ‘세계 최종전쟁‘의 서사는 1980년대 서브컬처의 서사를 베껴 온 것이었다.
옴진리교의 종말 서사는 기성세대와 기존 질서에 적의를 느끼면서 세상을 리셋reset할 커다란 한 방을 기대하던 포스트 단카이 세대들을 유혹했다. 지루한 소비사회의 일상이 박탈해 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준다고 그들은 여겼다.- P137
‘물질은 넘쳐나지만 의미는 빈곤한 세상‘을 바꾸려는 옴진리교의 테러가 실패하자 청년들은 결국 국가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인종이나 국가에 증오감을 쏟아내는 우익단체들의 ‘큰 이야기‘에 탐닉하게 된 것이다.- P138
고바야시는 ‘아버지의 부재‘ 시대에 익숙해진 청년들 앞에 터무니없이 미화된 조부들을 불러내 대면케 한다. 그러나 조부들이 벌인 일은 난징대학살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범죄들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전시는 국가 전체에 심각한 부조리와 허위, 위선이 판치던 시절이었다.- P140
신화처럼 추앙되는 가미카제(자살특공대)도 과장과 기만 투성이였다. 특공대 전과는 과장되기 일쑤여서 필리핀 전선의 어떤 작전에서는 24기의 특공기가 군함 37척을 격침했다는 보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특공대원이 생환하면 큰일이었다. 전투기 고장으로 생환한 대원을 죽이기 위해 특공대를 투입한 적도 있었다.- P141
특공대로 가짜 전과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일단 특공에 나갔던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엄청나게 곤란한 일이다. 기껏 만들어 낸 가짜 전과가 없어지고, 특진을 신청한 것도 거짓말이 된다. 이러면 누가 뭐라 해도 장본인이 죽어 주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를 않는다.- P142
한류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상륙하던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혐한‘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한류는 처음부터 혐한을 동반했던 것이다.
넷우익의 세력화를 2002년 전후로 보는 견해가 많다. 2002년이라는 시점이 중요한데, 한·일 공동월드컵 개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시인‘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남북한에 대한 반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P155
탈냉전 이후 한국,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고, 일본이 봉인해 온 과거사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동아시아와 관계를 맺어 좋을 것 없다‘는 ‘탈아脫亞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탈아 심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폐기하고 ‘인도-태평양‘ 담론을 주창한 아베의 대외 구상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작용했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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